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에서 열린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해킹 사태로 인한 유심(USIM) 일부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역대 최악의 사고'라고 인정했다. 유 대표는 6월까지 2개월 내 유심 1000만개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과방위원들이 번호이동 가입자의 위약금 면제를 요구하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KT가 유심 정보 유출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지만 과방위는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유 대표는 "5월 중 500만개, 6월에도 500만개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며 "인당 처리 속도를 감안해 하루 처리 수량이 20만~25만개에 불과해 모든 가입자가 유심을 교체하기까지는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KT는 지난 25일부터 유심(e심 포함) 무상 교체에 나섰지만 재고가 100만개에 불과해 가입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유 대표가 이날 말한대로 SKT가 6월까지 총 1000만개의 유심을 추가 확보할 경우 전체 가입자의 약 40%를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SKT는 대리점 방문이 어려운 디지털 취약계층과 군인들을 위해서는 유심보호서비스 일괄 가입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내달 14일부터는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해도 해외 로밍이 가능하도록 고도화한다. 5월 연휴에 출국하는 이용자를 위해서도 공항 로밍센터에 인력을 추가 파견하고 처리 건수도 3배로 늘려 지원에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SKT는 이번 해킹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심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가 나오면 100% 보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 대표의 이번 사고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사건이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는 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전체 가입자 정보 유출 가능성을 묻는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는 "최악의 경우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준비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날 SKT 가입자가 번호이동시 위약금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번호이동 위약금 폐지 종합대책 마련과 65세 이상 고령층 및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유심 확보와 찾아가는 유심보호서비스 도입을 촉구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귀책 사유는 사업자에게 있는데 고생은 피해자인 국민들이 한다"며 "번호이동 가입자에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대표는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며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종합적인 법률적 검토를 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과방위는 번호이동시 위약금 면제에 대한 확답을 받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상정하고 가결을 선포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SKT 이용약관 제44조 위약금 면제 부분을 들고 "귀책사유로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며 "최 회장에게 위약금 면제에 대한 질의를 집중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위약금 면제 등과 관련해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 이후 사이버 공격 시도가 늘고 있는 보안 문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위약금 면제에 대해 "사고 처리의 문제와 사후조사결과에 따라서 법률적으로 명확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SKT 유심 정보 해킹 사건에 대해 내사 단계에서 수사로 전환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이버수사과장을 팀장으로 22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확대 편성해 본격 수사한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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