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인 사이버 보안 수요↑
투자자 관심도 집중…ETF·보안주 상승
지난 28일 오후 SK텔레콤 'T월드' 서울 광화문점 앞에 유심을 교체받기 위해 찾아온 가입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김나인 기자
"그동안 해킹은 피해 회사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달랐다. 이제는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시장도 느낀 것이다."
SKT에 이어 보험대리점(GA) 시스템에서도 해킹 정황이 포착되면서 보안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형 통신 인프라가 실제로 뚫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보안 강화를 위한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IT 보안은 사고 이후의 수습보다 사전 대응이 중요한 만큼 이번 사태를 단기 이슈로 받아들이지 않고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078억달러(약 295조원)에서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9년에는 약 376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안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는 해킹 위협이 갈수록 고도화·지능화되고 있기 때문.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사이버 위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민간 분야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총 988건으로 전년 동기(613건) 대비 61% 급증했다. 특히 전체 침해사고의 절반 이상은 서버 해킹이었다.
그간 보안 사고는 주로 보안 인프라가 취약하고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겨냥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SKT 해킹 사고는 '대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며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보안 솔루션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사이버 보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부상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이날 '사이버 보안' 테마가 테마 순위 상위권에 올랐으며 국내외 보안 기업들로 구성된 'TIGER 글로벌 AI사이버보안' ETF는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누적 수익률 7.1%를 기록했다.
보안주도 일제히 반응했다. 한싹은 전일 장중 7670원까지 치솟으며 해킹 사태 직전인 21일 종가 대비 50.3%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종가(6560원)로도 28.4%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지니언스는 7.87%, 모니터랩은 18.4% 오르며 주요 종목들도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해킹을 당한 회사만의 문제로 여겨졌는데 사실은 그 기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피해자는 결국 개인들"이라며 "이번 SK텔레콤 사태를 계기로 일반인들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에는 보안이 중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투자나 평가 면에서는 소극적인 투자자들이 많았는데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실제로 외국계들이 국내 보안 기업 지분을 많이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안 강화 움직임이 단기적인 반응에 그치고 시간이 지나 다시 관심이 옅어지는 '반짝 대응'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는 경각심이 높아지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나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최근 SKT 여파인지 보안 기업들의 주가도 많이 올랐다"며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도록 기업들이 면피용이 아닌 실질적인 보안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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