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마블이 새로운 히어로 팀을 공개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마블에게 보물 같은 영화다. 마블의 22개 작품을 집대성한 이 작품은 역대 전 세계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동시에 이 영화는 마블의 재앙이기도 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동력을 잃은 마블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의 작품들은 이 영화와 수도 없이 비교를 당해야만 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던 마블이 드디어 옛 영광을 되찾을 준비를 마쳤다. 야심차게 준비한 '썬더볼츠*'로 말이다.
'썬더볼츠*'는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을 떠나보낸 뒤 삶에 공허함을 느끼는 옐레나(플로렌스 퓨)의 이야기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전직 스파이, 암살자 등 별난 멤버들과 한 팀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어벤져스를 다 합친 것보다 강력하다고 알려진 '센트리'에 맞서야 한다. 영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세상을 구하는 존재로 성장해 나가며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이 영화는 안티 히어로들을 한 팀으로 묶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옐레나, 윈터솔저(세바스찬 스탠 분),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분), 고스트(해나 존-케이먼) 등의 캐릭터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부끄러운 행적 탓에 양지에서는 활약하지 못했다. 또한, 이들은 종종 과거의 트라우마 속에서 스스로를 더 망가뜨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썬더볼츠*'는 옐레나 등의 캐릭터가 자신의 상처와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고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많은 실수 속에서도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인생을 바꾸려는 인물들의 노력이 묘한 위로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썬더볼츠*'는 마블 영화 중에서도 꽤 어두운 편에 속한다. 일단 이미지 자체가 그렇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검은색이다. '썬더볼츠*'는 인간의 피폐한 감정과 고통스러운 과거를 건조하고 어두운 색채로 표현했다. 특히, 빌런 센트리는 사람을 그림자 형태로 바꿔 어둠에 가두는 능력이 있다. 그의 힘이 커질수록 검게 변한 화면과 어둠에 잠식당하는 도시의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동시에 이 영화는 인간의 트라우마를 다루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썬더볼츠*'의 카메라는 인물들이 내면에 품고 있는 상처에 다가간다. 그리고 그들이 과거의 끔찍한 사건 속에서 몸부림치는 걸 곁에서 지켜보게 한다. 과거에 겪은 충격·폭력적인 사건이 만든 심연이 얼마나 깊은지 느낄 수 있다. 종종 이 영화가 과거를 시각화하는 장면에서는 미셸 공드리의 걸작 '이터널 선샤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미셸 공드리의 작품이 사랑의 감정을 빼고 흑화 하면 이렇게 될 것만 같았다.
이렇듯 '썬더볼츠*'는 인물 내면을 집요하게 파헤쳐 몰입도 높고 탄탄한 이야기를 담는 데 성공했다. '아이언맨 3'(2013)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2014)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적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마블 작품이다. 언젠가부터 마블 영화는 인물의 갈등과 이야기의 완성도보다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전하는 데 집중한다는 인상을 줬다. 때문에 거장 마틴 스콜세지에게 "마블의 작품은 영화가 아닌 놀이기구에 가깝다"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썬더볼츠*'는 달랐다. 이 작품에서는 마블이 볼거리만큼이나 시네마틱한 경험을 전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건 '썬더볼츠*'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다. 이 영화가 킥으로 준비한 건 '어벤져스'였다. 영화 말미에 이 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무려 6년 만의 부활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관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쿠키 등을 통해 마블은 '판타스틱 4'의 활약도 예고했다. 이 역시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조합이다.
'썬더볼츠*'는 여러모로 마블 팬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안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마블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 '썬더볼츠*' 스틸컷·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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