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학회, 29일 기획세미나
미디어산업평론가 조영신 박사가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승한 기자
K-OTT(한국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넷플릭스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강력한 로컬 OTT'로서 입지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K-OTT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방송학회는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 글로벌 전환의 가능성을 묻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미디어산업평론가 조영신 박사는 "국내 OTT가 성장 혹은 소멸 산업인가 판단하는 것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달렸다"며 "합병 못하면 소멸할 것이고, 힘을 합쳐 넷플릭스와 경쟁한다면 성장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에 따르면 2016년 넷플릭스 한국 진출 이후 국내 OTT는 티빙·웨이브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여전히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티빙과 웨이브 누적 적자가 심화하면서, 단일화되지 않은 채로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 명확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조 박사는 "수천억의 적자를 보고 있는 한국 OTT 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로 가입자는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재무적 성공은 이루지 못했다"며 "이 상황에서 글로벌 진출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고 했다.
그는 이어 "K-OTT는 과도한 투자로 손실 규모가 커져 제대로 된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입으로는 '넷플릭스 종속'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국내 방송사업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콘텐츠를 글로벌 OTT에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래의 수익을 오늘 받고 마는 모양새"라고 일갈했다.
조 박사는 글로벌 경쟁력 기반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로컬 OTT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사업자가 지금보다 더 큰 적자를 감내하면서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박사는 "강력한 로컬 OTT란 전제 속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수급하지 않는 콘텐츠를 받아줄 수 있는 강력한 로컬 OTT가 있다면 최소한의 국내 콘텐츠에 대한 수요 문제는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과거처럼 과감한 오리지널 투자는 힘들 수 있지만, 넷플릭스 1사 체제에서 최소한의 국내 콘텐츠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시작은 강력한 로컬 OTT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진출은 잠시 미뤄두더라도 로컬 OTT는 한국 콘텐츠 생태계를 위해서 미뤄둘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티빙과 웨이브는 이에 대답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티빙·웨이브 통합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결조건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단순 이용자 수 확대를 넘어, 콘텐츠 투자 여력 확보, 제작·유통의 효율성 증대, 글로벌 협상력 강화 등 통합 플랫폼이 가져올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광고 규제 완화, 콘텐츠 투자 세제 혜택 상시화, 공연 등 문화 전반으로 세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세제 지원은 기업 규모 구분 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돼야 하며, K-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제작비 공제율 확대와 제도의 상시화가 시급하다"면서 "뮤지컬 등 공연 콘텐츠 분야까지 문화전반으로 세제 지원 범위를 넓혀야 산업 전반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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