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뉴스엔 장예솔 기자]
경쟁 영화제로 전환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베일을 벗었다.
4월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박광수 이사장, 정한석 집행위원장,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이날 박광수 이사장은 "작년에 영화제 끝나고 최종 정리할 때 올해부터 부산국제영화제가 비경쟁 영화제에서 경쟁 영화제로 바뀐다고 말씀드렸다. 고민을 많이 했다. 국내 모든 영화제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모델로 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영화제가 비경쟁 영화제로 되어 있다. 경쟁 영화제를 새로 준비하느라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만나 뵙고 말씀드리게 돼서 기쁘다"고 운을 뗐다.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 선정 계기에 대해 박광수 이사장은 "잘 아시겠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집행위원장 없이 2년 동안 운영해 왔다. 올해까지 4번에 걸쳐서 집행위원장 공모를 했고, 최종적으로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를 선발했다"고 밝혔다.
취임 소감을 묻자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3월 2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날짜를 세어보니까 한 달 하고 딱 일주일 지났더라. 나름 영화계에 수년간 재직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위원장 직무에서 영화를 다시 돌아보니 배워야 할 것도 많고 파약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한 달이었다. 지금은 업무 현황 파악을 마친 상황이다"고 털어놨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운영 기조에 대해 "아시아 영화와 함께 걸어온 연대의 기억은 굉장히 특별하다. 연대의 기억을 돌아보는 한편 아시아 영화의 현안과 발전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는 것이 30주년 목표"라고 전했다.
이어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듯이 한국 영화가 처해있는 상황이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한국 영화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가 영화제로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포럼을 준비했다. 프로그램으로는 활기를 불어넣고, 포럼으로는 어떤 문제와 해결 방안이 있는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해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아시아 영화와 한국 영화를 중점적으로 다루지만 기본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관객이 정말로 보고 싶어 하는 영화와 게스트를 초청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있다. 향후 있을 기자회견에서 답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경쟁 영화제로 전환된 만큼 박광수 이사장은 개·폐막식과 시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에 영화제를 처음 맡아서 해보니까 영화제 주요 스태프들이 개·폐막식 무대를 파악하고 연출하는 역량이 미약하다고 느꼈다. 특히 개인적으로 폐막식은 문제가 많았다. 이번에는 개·폐막식을 총괄할 수 있는 감독을 선정했는데 민규동 감독이 전체를 연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제 지원 예산을 반토막으로 줄이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는 "2010년도 부산국제영화제 직원으로 들어왔는데 그 당시 예산과 현재 예산이 총액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국비의 비중은 상당히 줄었다. 2010년 국비에 비해 올해 확정된 국비는 3분의 1 토막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강조한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는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워낙 물가가 많이 올랐다. 영화제 개최 비용이 물가만큼이나 급속도로 상승한 상황에서 예산이 크게 줄었다. 물론 저희만 힘든 게 아니라 국내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모든 사람이 힘들 것이다. 동시에 한국 영화계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보니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에는 스폰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내 무사히 넘기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올해는 경기도 안 좋아져서 걱정이 많다. 상영관 확충 등 저희가 말씀드린 계획들이 다 돈이 들어간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영화제를 치르기 위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 '어떻게 새어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고민들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당장이 아니어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영화제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저희가 계속 안고 가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강동원, 박정민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었다. OTT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거센 논란에 시달렸다. 이에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우려하시는 바들이 충분히 이해된다.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이 좋지 않고 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렇고 영화제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이 중에서 OTT를 활용하지 않는 분들은 거의 없을 거다. 영화계에서 오랜 시간 보수적이고 전통적으로 일해온 저도 매일밤 OTT를 본다. 이미 한국 문화에 폭넓게 자리하고 있는 OTT를 배제하고 외면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는 향후에도 그 작품이 OTT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작품의 중요도 그리고 그 작품의 가치를 중심으로 놓고 고려할 것"이라며 "작년은 OTT 영화가 개막작이었기 때문에 이견을 제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막작이 영화제 전체를 상징하진 않는다. 작년엔 OTT 영화가 개막작이라는 이유만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건데 영화제 입장에서는 개막작 한편이 아니라 올해 신설된 경쟁부문 14편 포함 240편 모두 중요하다. 딱 한편만 중요한 작품으로 상징화된다면 옳지 않고 실패한 영화제 운영이다"고 덧붙였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개막작을 마치 영화제 전체의 상징물인 것처럼 홍보해 온 것도 사실이다. 개막작이 개막일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도 가치를 드높이면서 운영할 계획이지만, 개막작만이 집중되는 왜곡된 상황을 고칠 것이다. 왜곡된 섹션의 생태계를 바로잡겠다. 개막작은 개막작대로 존중받고, 경쟁부문 포함 나머지 작품들도 더불어 존중받고 화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실력 있는 배우, 감독들이 많은 관객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뉴스엔 장예솔 imyesol@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