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거래소들 "독과점 심화에 실익없다" 반대
코인마켓거래소는 "우리에게도 기회" 찬성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대표적인 그림자 규제인 '1거래소 1은행'을 폐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각 업체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 이용자 선택권 확대와 업계의 경쟁 촉진을 위해 한 목소리로 폐기를 주장해왔던 업체들이 지금은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입장이 명확히 갈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1거래소 1은행 제도 폐기에 대해 원화마켓거래소 대다수가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원화 거래가 불가능한 코인마켓(C2C) 거래소들은 대부분 폐기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제외한 원화거래소들은 주로 업비트의 독점 심화 등을 이유로 1거래소 1은행 폐기에 반대하고 있다. 빗썸은 KB국민은행과 제휴로 겨우 법인시장에서 업비트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는데, 해당 제도가 폐기되면 법인 시장도 업비트에 내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법인투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업비트와 제휴를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물밑 접촉 중이고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도 업비트와 제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인원, 코빗, 고팍스도 해당 제도의 폐기를 크게 환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빗썸의 독과점 심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기존에 독점적으로 유지해온 제휴은행과의 관계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연결된 코인원은 시중 은행과 추가 제휴를 원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코인마켓거래소들은 해당 정책의 폐기를 환영했다. 당장은 직접 관련성이 없지만 은행들이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에 적극 나서면 원화 실명계좌 발급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원화거래소 관계자는 "고객의 선택권과 시장 파이 확대를 위해서는 1거래소 1은행은 폐지돼야 하지만 업체별 이해관계가 달라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2위 빗썸이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고, 3위 이하도 제도 폐기로 실질적 이득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마켓거래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2개 이상의 거래소를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면 코인마켓거래소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시장의 1~2%를 놓고 경쟁하는 중소 원화거래소들이 다른거래소들의 신규진입을 원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국민의힘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1거래소 1은행 체제 폐기 등을 발표했다. 박수민 의원은 "1거래소 1 은행 체제를 과감히 폐기해 내가 원하는 은행을 통해 다양한 거래소를 접할 수 있는 상식적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최용순 (cy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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