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배우 이혜영이 60대의 나이에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 '쓸모'를 완성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의 이혜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 분)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
이혜영은 오랜 세월을 통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노련함을 가졌으나, 세월로 인한 한계 또한 부딪히게 되는 조각 역을 맡았다.
'파과'의 실제 캐스팅 공개에 앞서 누리꾼들의 가상 캐스팅 물망에도 자주 올랐던 이혜영이지만, 스스로는 "조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역할도 아니었다"라며 "조각은 너무 할머니다. 그녀의 매력은 역시 힘이다. 그게 매력이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에게 원작에 보면 액션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감독님은 액션영화를 하신다니 불안하고 겁이 난다고 했더니 '액션 안하셔도 된다'고 하더라. 그래도 '파과' 원작을 읽은 사람들은 액션이 있었으면 할 텐데 했더니 '그러면 좀 넣을까요?' 하더라. 조각이 액션이 굳이 많지 않아도 할 방법은 있었지만 하면서 욕심을 내신 것 같기도 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조깅 신만 찍어도 병원에 가야 했던 그는 "무릎이 나간 장면이 있는데 삭제돼서 억울하다. '피도 눈물도 없이'(감독 류승완, 2002)를 찍었어서 그런건지, 원래 깡패 기질이 있는 건지.(웃음) 그럴듯하게 나오더라"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파과'를 통해 김성철과 호흡을 맞춘 그는 많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신인이고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라 청순하다. 용감하다"라고 찬사했다.
그러면서 "조각하고 투우는 성철이의 연기가 만드는 거다. 특별히 연기를 해서가 아니라 (김성철) 자체의 힘이다. 어리고 순결함이 느껴진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앞으로 어떤 배우로 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김성철의 매력인 거다"라며 "모처럼 이런 상대 남자배우를 만나서 조각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성철이가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파과'를 하기 전 여러 작품을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했었던 그는 "어떤 작품도 '당신 얼굴앞에서'(2021)로 만났을 때 그 자유함과 그 행복은 없었다"라고 계속 작업한 이유를 말했다.
그는 "감독님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영화가 좋아서라기보다 나는 이만희 딸이고 홍 감독님은 전옥숙 선생님의 아들이다. 두 분이 영화를 하기도 하고 내가 전옥숙 선생님을 본 적도 있다.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 분의 아들로서 화려한 귀공자라고 하는 것에 약간 떨떠름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술 한잔하면서 옛날 친구 같은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영화를 하게 됐다. 홍 감독은 만나는 모든 순간이 아트다. 반복될 수도 없고, 기록할 수도 없다. 그 경험으로 했다가, 두 번째는 숨 막히고 그랬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또 하게 되더라. 결국 인정한다"라며 홍상수 감독을 높이 샀다.
그는 '파과'에서 등장하는 '쓸모'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쓸모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면 민 감독님의 프로세스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처럼(웃음). 나도 준비를 다 해서 한 번에 기술적으로 하면서도, 창의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그걸 해내야 쓸모 있는 배우가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파과'는 오는 30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NEW, 수필름, 영화제작 전원사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