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국제 해사사건 특화”…해사분쟁 대부분 해외소송
두 지역 나눠먹기 현실화 땐 부산은 껍데기만 남을 우려
‘해사법원 부산 유치’를 약속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인천에 국제 사건에 특화된 해사법원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새로 발표해 지역 해사업계와 법조계가 크게 반발한다. 전문법원 특성상 재판수요가 적어 사건 확보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두 개의 법원이 들어서면 ‘사건 나눠먹기’를 피하지 못할뿐더러, 해사소송은 국제 사건의 수가 월등히 많아 부산 법원은 차후 존립마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해사법원 설립 입법 촉구 정책토론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박준태 주진우 조승환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국민의힘 김도읍 김기현 곽규택 의원, 박재율 해사법원 설치추진협의회 대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김광회 부산시 미래 부시장, 황찬현 국제부울경미래포럼 이사장. 김정록 기자
28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지난 18일 부산에 해사전문법원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부산변호사회 등 지역사회는 환영 성명을 내며 화답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지난 25일 수도권 공약을 발표하면서 인천에도 해사전문법원을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인천에 들어설 법원은 국제 해사사건 전문으로 특화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구상대로면 향후 해사사건은 ‘국내 부산·국제 인천’으로 이분화한다. 문제는 해사사건 대부분이 국제계약과 관련한 분쟁을 다루는 해외소송이란 점이다. 2022년 부산시 ‘해사전문법원 부산설립 타당성 용역’의 해사소송 실증조사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선사 두 곳 중 한 곳은 해외소송(21건)이 국내소송(5건)의 4배가 넘는다고 답했다. 다른 한 곳 역시 해외소송(17건)이 국내소송(13곳)보다 많았다. 더욱이 각 법원이 맡게 될 사건 수 역시 크게 줄어든다. 시 용역에서 선사 규모·해상보험 등을 토대로 추정한 해사법원 취급 사건 수는 206~547건이다. 또 다른 전문법원인 특허법원의 2023년 본안 수(642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금껏 해사법원이 ‘송사의 원활한 처리’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돼 온 건 아니다. 해운·해양산업의 진일보가 궁극적 목표다. 선박 건조량 세계 1위인 한국이 해운거래소를 통한 선박 중개·보험 등은 영국(런던) 등에 한참 밀린다. 이들이 해상 금융·보험, 해양법률 서비스업 등에서 훨씬 앞서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해사법원을 기반으로 해사사건 전문 로펌이 지역에 들어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래야 이들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아 계약서를 작성하는 선사·보험사가 생겨나 해운서비스업이 발달하고, 해사법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양산업 관련 생산의 70%가량을 점유하는 부산은 좋은 여건을 갖췄다. ‘사건 나눠먹기’ 여파로 재판수요가 줄어 법률시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면 해사법원 의 필요성부터 흔들린다.
한국해양대 정영석(해사법학부) 교수는 “선박매매는 계약서 검토에만 2년이 걸릴 정도로 규모가 크고 전문성을 요한다. 해사법원이 있어야 전문 로펌이 생긴다. 영국 싱가포르가 해양법률산업을 키운 반면, 한국에선 런던까지 가서 선박을 매매한다”며 “사건이 없으면 법원 폐지 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해양산업의 한 축을 키우려면 법원을 2, 3개 만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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