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세금, 소비 등 텍사스 지역 경제에 실질적 기여...지역 정부도 각종 인허가와 인센티브로 보답
삼성 오스틴 반도체(SAS), 지난해 미국 텍사스 경제 효과/그래픽=이지혜
최근 생산시설 해외 투자의 중심에는 '커뮤니티 임팩트'가 있다. 단순 생산 시설 투자 외에도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세금 납부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임팩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부흥' 전략과 맞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제조업의 재건을 강조하면서 지역사회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미국으로 건너간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사절단도 미국 정부를 만나 한국 기업의 커뮤니티 임팩트를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SAS는 커뮤니티 임팩트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14nm(나노미터), 28nm급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팹을 운영하는 SAS는 설립 후 30여년간 지역사회의 일원이 됐다. 오스틴 캠퍼스에 직접 고용된 인력만 4907명으로, 운송·부품·장비 업체 등 간접 고용과 SAS 관련 인력이 이용하는 서비스업 등을 포함한 총 고용효과는 1만7666명에 이른다.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도 크다. 직·간접 고용된 근로자의 50%가 오스틴 내에서 쇼핑하고, 약 26%의 급여가 과세 대상 소비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캠퍼스를 방문한 삼성전자 본사 임직원과 공급업체 관계자, 고객 등도 오스틴에 머물며 돈을 쓰는 것도 상당하다.
아울러 SAS는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커뮤니티 칼리지 등과 함께 미래 인력 양성에도 정성을 쏟는 중이다. 지난해 인력 개발 계획에만 565만달러를 투자했다. 테일러 캠퍼스에는 2nm급의 첨단 공정이 사용될 뿐만 아니라 R&D(연구개발) 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가 삼성 하이웨이 표지판을 들고 있다. /사진=삼성오스틴세미컨덕터
통 큰 투자를 받는 지역 정부도 각종 지원과 빠른 인허가로 SAS를 지원 중이다. 칩스(CHIPS)법에 따른 6조8000억원 정부 지원금 외에도 텍사스주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지원금을 배정했다. 아울러 지역 정부는 삼성전자에 대해 일부 재산세 면제 등의 다양한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인허가도 빠르게 진행된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에 신규 팹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시의회는 단 2개월 만에 공장설립에 필요한 허가를 내줬다. 또 손쉬운 공사를 위해 현장 주변의 도로 개선과 안전 문제를 해결해 줬다. 지난해 6월에는 '삼성 하이웨이'도 개통했다. 삼성 하이웨에는 1600만달러가량이 투입됐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은 필수가 됐다. 과거에는 단순히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생산시설의 이전이었다면 최근에는 정치적 리스크 분산을 위한 현지 생산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자국 생산 내 생산의 인센티브를 강화 중이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자국 내에 첨단 기술을 개발, 시제품 생산, 양산 능력 테스트 등을 맡은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를 두는 전략을 쓰고 있다.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더라도 핵심역량은 국내에 두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도 해외 생산을 늘리면서 국내에 마더 팩토리를 운영할 수 있다. SAS의 오스틴 캠퍼스는 화성 캠퍼스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 생산시설 설립은 판매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며 "국내 생산 시설 유지나 확대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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