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인터뷰…"교육도 AI 시대 맞춰 변해야"
인터뷰하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크래프톤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저출산(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크래프톤의 파격적인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 자극이 되고 더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크래프톤 창업자 장병규 의장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표한 최대 1억 원의 임직원 출산장려금 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크래프톤은 올해 초 자녀를 출산한 직원에게 6천만원을 일시 지급하고, 이후 재직하는 8년간 매년 500만원씩 총 1억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출산장려금 정책을 발표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장 의장은 "자녀는 우리 삶에 커다란 의미가 될 수 있는 존재인데, 청년들이 그에 비하면 사소한 이유로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는 건 사회 전체적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 자녀를 낳은 직원이 70명쯤 됐는데, 올해부터는 아마 (출산장려금 영향으로) 100명 이상까지 늘 것 같다"며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 1조원의 1%가량을 쓰게 된 만큼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또 "많이 번 만큼 사회 변화에 돈을 쓰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됐다는 점은 감사한 일이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의미기도 하다"라고도 경각심을 드러냈다.
크래프톤 정글 [크래프톤 제공]
장 의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교육 환경도 변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AI의 등장으로 지식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며 "인터넷 시대에도 뭔가를 하려면 결국 직접 정보를 찾아보고 읽어서 지식을 습득해야 했는데, AI의 등장으로 한 번에 물어보면 된다. 결국 지식인, 교육, 현대적 조직의 개념 자체가 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 의장은 이런 철학이 2022년 문을 연 크래프톤의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 프로그램 '정글'에 반영돼 있다고 강조한다.
장 의장은 "초중고는 물론 대학 교육도 여전히 선생님이 강의하며 지식을 가르치는 옛날 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하며 "'정글'에는 강사나 강의가 없다. 대신에 '코치'가 있고, 코치들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직접 습득하고 동료와 토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게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건 지식을 많이 습득하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접하면 AI 도구로 빨리 알아본 다음 동료와 함께 검증해보는 것이고, 이를 통해 '내가 몰라도 하면 된다'는 삶의 태도가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AI 시대에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려면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장 의장은 "현재 AI 원천 기술 발전은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고,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뒤쫓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앞장서고 있지만 내수 시장의 규모는 거기 미치지 못해 이를 극복하려면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크래프톤 제공]
그러면서 "한국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 제조업 기반도 강한데, 소프트웨어 서비스만으로 경쟁하기보다는 둘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공계 우수 인재들이 최근 의학 계열로 쏠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유능한 젊은 인재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줄 수 있게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직무급제 도입, 연공서열제 폐지가 뒤따라야 한다"며 "돈 때문에 의대에 가는 사람이라면, 돈 때문에 공대에 오게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올해 초 제정돼 내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행 예정인 AI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과 관련한 의견도 냈다.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사 중 AI 기술 연구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장 의장은 "AI는 유럽연합(EU)식 규제보다는 미국식 진흥책이 우선해야 한다"며 "미국이 윤리나 인권을 등한시하는 국가는 아니지 않느냐. 만약 미국이 규제하면 한국은 거기에 보조를 맞추는 정도도 절대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게임업계의 '질주'에 맞서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도 언급됐다.
장 의장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10위권 초반인데, 게임산업 점유율은 4∼5위"라며 "게임산업이 중국에 역전된 건 맞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생태계가 풍성해지려면 결국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할 중견 게임사가 늘어나야 한다"며 "일각에선 세액공제 이야기도 나오는데 정부의 직접 지원보다는, 모태펀드 출자율을 높여 중소 게임업체에 투자하는 펀드가 늘어나게끔 하는 방향이 효과적일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로고 지난 달 독일에서 열린 게임쇼 '게임스컴' 부스의 크래프톤 로고. 2024.9.23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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