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역성장에 재무부담↑
정부·국회 찾아 제도개편 읍소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케이블TV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내 케이블TV 업황이 악화를 거듭하면서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징수부담을 덜어달라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읍소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케이블TV의 지역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방치돼 산업 쇠퇴를 가속화한다는 주장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케이블TV협회와 SO 관계자들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최다선자인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무진을 찾아 각사 재무상황을 설명하고 징수 감경기준 신설을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엔 '국민의힘-케이블TV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SO들은 2017년 이래 '사업구역별 케이블TV 방송서비스 매출액의 1.5%'로 고정된 징수율에 불만을 제기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SO들의 방송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8년 12.6%(2334억원)에서 2022년 1.2%(192억원)로 하락해 징수율보다 낮아진 실정이다.
형평성도 오랜 논란거리다. 과기정통부는 인터넷TV(IPTV)·위성방송에 케이블TV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만, 홈쇼핑채널로부터는 방송사업 영업이익의 10~13%를 거둔다. 징수액을 매출이 아니라 영업이익에 연동해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는 국면에서 타격이 덜한 구조다.
관할부처가 방통위인 지상파·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의 경우 방송광고 매출액에 대해 기본 징수율을 누진제로 적용하고, 사업자별 공공성과 당기순손실 규모 등 조정계수·감경사유를 차등 적용해 매년 최종 징수율을 산출한다. SO들은 과기정통부가 방통위식 산정방식만이라도 도입해달라는 입장이다.
SO들 사이에선 1990년대 방송권역별 독점권을 인정받는 대가로 부과받은 지역채널 운영의무나 2010년대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따라 취약계층 복지의 일환으로 도입한 저가형 8VSB 상품 운영비용을 방발기금 징수액 감면근거로 인정받을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전국 방송권역 78곳 중 SO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곳은 1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권역은 IPTV와 계열사가 1위를 차지했다. SO의 지역 독점력은 오래전 허물어진 셈이다. 하지만 케이블TV협에 따르면 전국 SO들은 2018~2022년에만 매년 1000억~1100억원을 지역채널 운영에 지출했다.
정부는 방발기금 재원 감소로 빚어지는 사업 차질을 의식하며 징수기준 변경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특히 방발기금의 최대 수입원인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대가는 2018년 1조7000억원대에서 지난해 9000억원대로 줄어든 터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월에 이어 다음달 전문가 회의를 소집하는 등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SO별 방발기금 징수액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각사의 방송 매출액과 징수율을 종합하면 지난해 LG헬로비전은 70억원대, SK브로드밴드는 50억원대, 딜라이브는 40억원대의 징수액을 고지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LG헬로비전은 지난해 1062억원, 딜라이브는 351억원의 순순실을 낸 사업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의 수익성이 좋던 시절 방발기금 징수는 걱정거리가 아니었지만, 지금으로선 한푼이 아쉬운 지경"이라며 "기업규모 가릴 것 없이 경영악화로 허덕이는 SO들에게 출구전략이라도 마련할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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