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입주해 있는 정부대전청사 전경.
특허청이 5급 이상 심사관들의 대거 퇴직을 앞두고 심사인력 확보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매년 100명 이상의 박사급 전문 인력들이 심사관으로 채용된 이후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앞으로 5년 이내 한꺼번에 퇴직이 예상돼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심사인력난 속에 심사관의 퇴직 가속화 영향으로 심사 업무 공백에 차질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심화와 기술안보 강화 속에서 주요국들이 기술 선점을 위해 특허 출원을 늘리면서 이를 신속하게 권리화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어 특허청이 제 때 심사관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가 차원의 미래 첨단기술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7일 특허청에 따르면 심사관 자격이 있는 4∼6급 정규직의 퇴직인원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 30명에 달했다. 그동안 퇴직 등 자연 감소에 따라 매해 20∼30명의 인력을 충원해 심사관으로 일부 투입해 왔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특허출원 급증과 신속한 권리화 지원이 필요한 첨단전략산업 분야는 민간 전문가 퇴직 인력을 전문 임기제로 뽑아 심사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요국에 비해 늘어나는 심사물량에 비해 심사인력이 여전히 부족하고, 심사관들은 수년째 과도한 심사업무에 놓여져 있어 심사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특허청 우리나라 심사관 1인당 특허처리 건수는 186건으로, 미국 67건, 일본 177건과 비교해 상당히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심사관 부족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올해부터 2030년 이후까지 매년 심사관 퇴직인력이 지금보다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심사관 퇴직 인원은 30명에서 2026년 32명, 2027년 45명, 2028년 56명, 2029년 75명, 2030년 96명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3년 뒤인 2028년부터 2030년 이후에 걸쳐 퇴직 규모가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허청이 2000년대 들어 한 해 90명에서 많게는 160명의 심사관(5급)을 무더기로 경력 채용했는데, 이 때 입사한 심사관들의 정년 퇴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당시 특허청은 2002년 5급 심사관으로 21명을 채용했는데, 이듬해인 2003년에는 전년 대비 5배 가량 많은 95명을 뽑았고, 이후 2004년 118명, 2005년 158명으로 채용 인원을 특허와 상표 출원 급증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려 갔다.
이런 심각성을 인식한 특허청은 올 초부터 자체적으로 '향후 10년 간 심사인력수급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지식재산 출원 동향과 기술변화에 따른 심사관 적정인력 규모, 통상 2년 가량 소요되는 심사관 교육 계획 등을 감안해 향후 특허청 심사관 인력 확보 방안 및 계획 등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로선 1100여 명에 달하는 심사관 인력을 장기적으로 20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전제로 민간 퇴직 인력을 전문 임기제 심사관으로 채용하거나, 퇴직 심사관 중 평가를 통해 재고용하는 방안 등을 놓고 현실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허청 관계자는 "앞으로 더 늘어나는 출원량에 대해 보다 빠른 심사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측면에서 지금의 심사관 운용 시스템으로는 심사부담이 해소되기는 커녕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라며 "앞으로 심사관 퇴직 규모가 가팔라지는 것을 대비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전체 심사관 인원을 지금보다 더 늘리면서 특허청 계획에 따라 필요한 심사 인력을 손쉽게 채용할 수 있는 자율성 확보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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