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로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 하도권은 2004년 ‘미녀와 야수’로 데뷔한 뮤지컬배우였다. 지난해 오랜 만에 뮤지컬 무대로 복귀해 관심을 모았던 그가 이번에는 ‘한 맺힌’ 오페라 주연에 도전한다. 사진제공 | 오픈씨어터
낯설지만 끌리는 오페라 무대, 하도권의 뜨거운 첫 도전 흥남철수작전 실화를 담은 시네마틱 오페라 ‘메러디스’ 성악, 뮤지컬, 연기까지 넘나드는 하도권의 무한 변신 배우 하도권에게 오페라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무대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강두기, ‘펜트하우스’의 마두기로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지기까지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다. 2004년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그의 데뷔작으로 ‘라이온킹’, ‘오페라의 유령’, ‘투란도트’, ‘아가씨와 건달들’, ‘레미제라블’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성악 전공자지만 오페라 무대가 처음인 이유는 그가 일찌감치 뮤지컬 배우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의 생애 첫 오페라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6월 6일부터 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리는 시네마틱 오페라 ‘메러디스(부제 :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다.
이 작품은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정원 60명의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무려 1만4000명의 피난민을 태워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철수에 성공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국내 창작 오페라다. 하도권은 주인공이자 이 믿기 힘든 항해를 이끈 미국인 선장 ‘레너드 라루’를 연기한다.
● 뮤지컬과는 다른 ‘오페라의 엄격함’
“성악을 전공했지만, 오페라 무대에 설 기회는 없었어요. 항상 마음 한켠에 미련이 있었죠. 이번 작품이 아니면 다시는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드라마, 영화 활동을 하느라 10년 가까이 무대를 떠나 있었던 그가 다시 노래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두 편의 뮤지컬 ‘그레이트코멧’과 ‘스윙데이즈’에 출연하면서였다. “소리를 다시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음정이 맞지 않거나, 박자가 어긋나기도 했죠. 그걸 다시 조율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오랜 만에 돌아와 어렵사리 감을 되찾은 뮤지컬이지만 오페라는 또 다르단다. “뮤지컬은 극이 먼저고, 오페라는 음악이 중심이에요. 오페라에서는 음 하나하나가 더 중요합니다. 대사의 전달에 무게를 두는 뮤지컬과 달리 오페라는 소리를 위해 발음을 양보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요.”
극 중 하도권이 부르는 대표 아리아는 ‘내게 용기를 주소서’다. 비록 한 곡이지만 그런 만큼 이 한 곡에 쏟아붓는 집중력은 어마어마하다고. “성악 발성과 뮤지컬 발성 사이 어디쯤을 오가며 고민하고 있어요. 클래식 팬과 뮤지컬 팬 모두에게 잘 전달되도록 중간 지점을 찾고 있습니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미국인이다. 미국 상선 SS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장으로, 1950년 12월 흥남항에서 피난민 1만4000명을 태우고 거제까지 항해한 ‘기적의 주인공’이다. 하도권은 캐릭터를 연구하며 정체성과 감정의 균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연기를 거듭하다 보면 자꾸만 라루가 한국인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한국인이 한국인을 구한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라루는 미국인이고, 이방인이에요. 한국인과 문화도, 언어도 다른 사람으로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를 계속 생각했어요.”
● 시네마틱 오페라의 실험,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다
‘메러디스’는 기존의 오페라와는 다른 점이 많다. 연극적인 대사와 뮤지컬의 감정선, 그리고 영화의 영상미가 결합된 ‘시네마틱 오페라’를 표방한다. 영상 장치와 CG를 활용해, 1만4000명이 타고 있는 배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낸다.
“영화와 같은 효과를 위해 카메라를 무대 구조물 안에 설치했고, 합창단의 표정과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전달합니다. 시네마틱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에요.” ‘메러디스’에는 하도권 외에 또 한 명의 낯익은 스타가 출연한다. 외신기자 역의 박호산이다. 박호산 역시 뮤지컬배우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뛰어난 노래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오페라의 러닝타임은 120분. 오페라치고는 짧은 편이다.
여담이지만, 하도권은 해군 군악대에서 군 복무를 했다. 군악대는 기본적으로 배를 탈 일이 없지만, 우연찮게 출항해 일주일간 함상 실습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워낙 낡은 배이기도 했지만 배 안이 정말 좁고, 추워요. 침상에 누우면 위 침대가 거의 코에 닿을 지경이었죠. 그 경험 덕분에 흥남 철수 당시의 배 상황이 조금은 상상되더라고요.”
하도권은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열혈 팬으로도 유명하다. 2020년 고척돔에서 시구를 했고,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드라마 ‘스토브리그’ 임동규 역의 조한선과 시구·시타를 맡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요즘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키움 히어로즈가 비록 작년에 이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저희 키움 팬들은 실망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요. 저도 키움 히어로즈의 팬으로서 ‘영웅’처럼 오페라 무대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제가 열심히 하는 것만큼 선수단 여러분들도 힘 을 내서 올해는 제발 가을 야구 좀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페라 ‘메러디스’ 포스터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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