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인공지능(AI)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전기화학 메모리 소자(ECRAM)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AI 컴퓨터 칩을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인공지능(AI)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전기화학 메모리 소자(ECRAM)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산 속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ECRAM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면서 AI 기술의 효율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은 김세영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오키 구나완 미국 IBM TJ 왓슨 연구소 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이같은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고 25일 밝혔다.
AI가 발전하면서 데이터 처리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컴퓨터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와 연산을 수행하는 ‘프로세서’가 분리돼 있어 두 장치 간 데이터 전송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인-메모리 컴퓨팅’이다.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은 말 그대로 메모리 내에서 연산이 가능해 데이터 이동 없이 빠르고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ECRAM는 이를 구현할 핵심 기술 중 하나다. ECRAM은 이온의 움직임을 통해 정보를 저장·처리한다. 마치 아날로그 방식처럼 연속적인 값을 저장할 수 있다. 구조가 복잡하고 고저항성 산화물 소재로 인해 작동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워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다.
연구팀은 텅스텐 산화물을 사용해 ECRAM를 ‘다중 단자 구조’로 제작했다. –223℃의 극저온(, 50K)부터 26.35℃의 상온(300K)까지 다양한 온도에서 내부의 전자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평행 쌍극자 홀 측정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ECRAM 내부 산소 결함이 약 0.1전자볼트(eV)의 얕은 ‘도너 준위’를 형성하며 전자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일종의 지름길을 만든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관찰했다. ECRAM이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할 때 단순히 전자의 양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형성된 것이다. 연구팀은 “메커니즘이 극저온에서도 유지된다는 점은 ECRAM의 안정성과 내구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김세영 포스텍 교수는 “이번 연구는 ECRAM 작동 원리를 다양한 온도에서 실험적으로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같은 기기에서 AI가 더 빠르게 실행되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더 길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467-025-58004-0
전기화학 메모리 소자(ECRAM)의 작동 원리를 규명한 연구진. 왼쪽부터 김세영 포스텍 교수, 오키 구나완 미국 IBM TJ 왓슨 연구소 연구원. 곽현정 포스텍 연구원. 포스텍 제공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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