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8가지 건강 식단 영향 평가한 결과
채소·통곡물 위주 하버드 식단 ‘최고’
건강하게 늙으려면 과일과 채소, 불포화 지방, 견과류 등을 주로 섭취해야 한다. 하버드대 제공
9988(99살까지 88하게).
고령화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표어처럼 회자되는 이 네개의 숫자 조합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한 노년을 희구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노화를 ‘노년기를 안녕하게 보낼 수 있는 기능적 능력을 개발, 유지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2020~2030년을 ‘건강 노화 10년’으로 지정했다. 건강 노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식생활이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과 덴마크 코펜하겐대, 캐나다 몬트리올대 공동연구진이 최장 30년 동안 추적한 30~69살 미국 성인 10만5천명의 식습관과 건강 지표를 비교해 가장 우수한 건강 노화 식단이 무엇인지를 밝혀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53살이었다. 연구진이 정의한 건강 노화 기준은 ‘주요한 만성 질환 없이 70살까지 인지, 신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건강 노화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퍼블릭 도메인
70살 때 건강 노화 확률 86% 높아
연구진이 시중의 8가지 건강 식단을 비교한 결과, 하버드대가 개발한 대체건강식단(AHEI)이 1위를 차지했다. 이 식단은 과일과 채소, 통곡물, 견과류, 콩류, 불포화 지방 위주로 구성돼 있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 소금은 최소한 섭취한다.
이 식단을 가장 잘 지키는 사람들(최상위 5분위)은 가장 그렇지 않은 사람들(최하위 5분위)보다 70살 건강 노화 가능성이 86% 더 높았다. 75살엔 격차가 2.2배로 더 커졌다.
2~3위를 차지한 식단은 고인슐린혈증식단(EDIH)과 대체지중해식단(aMED)으로 건강 노화 가능성이 각각 80%, 70% 더 높았다. 고인슐린혈증식단은 혈당 조절에 초점을 맞춘 통곡물, 콩, 견과류 위주의 식단이다. 대체지중해식단은 지중해식을 기반으로 올리브오일과 생선, 견과류 비중을 높인 것이다.
이어 고혈압예방식단(DASH)이 69%, 지구건강식단(PHDI)이 68%, 마인드(MIND)식단이 60%, 염증조절식단(rEDIP)이 58% 차례였다.
고혈압예방식단은 나트륨 섭취 제한에, 지구건강식단은 탄소배출량이 적은 식물성 단백질 섭취에 초점을 둔 것이다. 마인드 식단은 지중해식단과 고혈압예방식단의 장점을 결합하고, 인지 기능에 좋은 베리류와 잎채소를 추가한 것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정희원 교수(서울아산병원 내과)의 저속노화 식단도 마인드 식단에 속한다. 정 교수는 마인드 식단을 한국인의 식습관에 맞게 일부 수정했다. 예컨대 통곡물 일변도 대신 렌틸콩과 귀리, 현미, 백미를 4:2:2:2 비율로 혼합해 섭취하고, 올리브유를 직접 섭취하는 대신 요리할 때 올리브유를 쓰라는 것 등이다.
마인드 식단은 지중해식단과 고혈압예방식단의 장점을 결합하고, 인지 기능에 좋은 베리류와 잎채소를 추가한 것이다. ‘정희원의 저속노화’ 유튜브 채널 갈무리.
꾸준히 실천한 사람은 10%도 안돼
8가지 건강 식단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건강 식물성 식단(hPDI)으로 건강 노화 가능성이 45% 더 높은 데 그쳤다. 이 식단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데 중점을 둔다.
8가지 건강 식단은 전체적으로 과일, 채소, 통곡물, 불포화 지방, 견과류, 콩류, 저지방 유제품을 권장하고 트랜스 지방과 나트륨, 설탕 음료, 붉은 고기, 가공육 섭취는 제한한다. 그러나 실험 참가자 중 건강 식단을 꾸준히 실천해 건강한 노화를 경험한 사람은 조사 대상자의 9.3%인 9771명에 불과했다.
코펜하겐대 마르타 과슈-페레 교수(공중보건학)는 “요체는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식단과 건강한 동물성 식품을 적당히 조합하면 건강한 노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몬트리올대 앤 줄리 테시어 교수(식품영양학)는 “모든 사람에게 맞는 식단은 없다”며 건강 식단은 개인의 필요와 선호도에 맞게 조정해도 좋다고 말했다.
건강 노화 1위 ‘대체건강식단’은?
건강 노화 식단 평가에서 1위를 한 대체건강식단(AHEI)은 2022년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이 개발한 것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채소=하루 최대 5회 섭취하고, 녹색 잎채소를 추가한다. 감자와 감자튀김은 피한다.
과일=하루 4회 섭취한다. 과일 주스는 피한다.
통곡물=하루 최대 5~6회 섭취한다. 정제 곡물 섭취는 피한다.
견과류, 콩류, 식물성 단백질(두부)=단백질 보충을 위해 하루 한 번 섭취한다.
생선=식단에 생선을 추가하면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불포화 지방=버터 같은 포화 지방 대신 올리브유, 카놀라유, 땅콩유 등 불포화 지방 식품으로 대체한다.
*논문 정보 Optimal dietary patterns for healthy aging. Nat Med(2025).
https://doi.org/10.1038/s41591-025-03570-5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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