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기업협회 ‘인터넷산업규제 백서’ 발간
인터넷산업 매출 7.2% 증가했지만
규제 입법 환경은 흐름 못따라가
21대 국회 입법평가 25점에 그쳐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이 23일 ‘2024 인터넷산업규제백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국내 인터넷 산업이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혁신 기술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기록했지만, 규제 입법 환경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3일 ‘2024 인터넷산업규제 백서’ 발간을 기념하는 간담회를 열고 백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국내 디지털산업과 규제에 대한 연속성 있는 데이터 축적을 목표로 매년 인터넷산업규제 백서를 발행하고 있다.
인터넷산업과 전체산업의 매출 및 종사자 현황(2021~2023년) [사진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2024 인터넷산업규제 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인터넷산업 매출액이 전년 대비 7.2% 증가한 635조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금융·보험업 제외) 매출이 1.1%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2023년 국내 인터넷산업 종사자 수도 전년보다 13.5% 증가해 2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AI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금융정보·자산관리 분야에서 급성장이 두드러졌다. 클라우드 서비스업은 매출은 22.4%, 종사자 수는 30.9% 증가했으며, 인공지능 분야도 매출이 21.6%, 종사자 수가 20.7% 늘었다. 생성형 AI의 확산과 클라우드 인프라 강화, 정부 정책 지원과 민간 투자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 및 자산관리 부문은 무려 317.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종사자 수도 39.7% 증가했다. 디지털 뱅킹 수요와 젊은 세대의 유입,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대한 선호 증가에 더해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원이 맞물리며 핀테크 산업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 토스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김민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기획실장은 “이 세 가지 산업은 단순한 기술 확장을 넘어 운영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꾸고 있는 영역”이라며 “앞으로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고,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종별 매출 및 종사자 현황(2020~2023년) [사진 =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하지만 규제 입법 환경은 산업 성장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서에 따르면 21대 국회 임기 4년 동안 발의된 인터넷산업 관련 법안은 총 492건(개정안 432건·제정안 60건)에 달했으나, 실제 법률로 반영된 법안은 19%(95건)에 그쳤다. 이는 전체 국회 평균 반영률(3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입법 평가 점수도 저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진행한 규제 입법 평가 결과, 21대 국회의 임기 전반에 걸친 입법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25.3점으로 중하위권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임기 후반부에 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주요 법안 중에는 온라인플랫폼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평가가 유독 낮았다. 온라인플랫폼법(안)은 15.5점으로 주요 법률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정보통신망법 역시 17.5점에 그쳤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 자율 규제 외면, 행정 편의 위주의 접근 방식, 규제의 균형성 결여를 입법안 전반의 주요한 문제로 뽑았다.
백서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플랫폼 산업이 철학 없이 부정적 인식에 기반한 규제와 정부의 권한 중심 접근으로 위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내수시장에 갇힌 채 글로벌 확장에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 한계에 직면한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도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정부 차원의 총체적 대응을 통해 산업 전반의 혁신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도 “빠른 변화가 있어야 되는데 최근 오히려 둔화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이 분야만큼은 특히 활력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도자들이 국가적으로 큰 비전을 제시하면서 전적으로 매달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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