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제외하면 국내 업계 불황… "제작비 상승 나쁜 것만은 아냐" 발언 논란에 "업계 상황 외면한다는 의미 아니었다" 해명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
넷플릭스가 한국의 국가 브랜드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내놨다. 넷플릭스를 통한 'K-콘텐츠' 시청으로 한국의 호감도가 올라갔으며 콘텐츠 수출이 국가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내용이다.
지난 21일 넷플릭스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를 열고 K-콘텐츠 확산으로 이뤄지는 한류의 세계화와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향상되고 있는 지금의 국면을 '넷플릭스 효과'라고 규정했다.
넷플릭스는 K-콘텐츠 확장력이 높은 8개 국가(한국·브라질·프랑스·미국·인도·인도네시아·태국·일본)에서 18~64세 1만1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K-콘텐츠를 시청할수록 한국 방문 의향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해외 7개국에서 K-콘텐츠 시청자의 한국 방문 의향은 72%로 비시청자의 약 2배로 나타났다.
또 해외 지역 넷플릭스 사용자의 63%가 향후 K-콘텐츠를 시청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한 반면 넷플릭스 비사용자는 3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이전의 한류는 사실상 아시아에 한정돼 있었는데, 넷플릭스 한국 진출 이후의 한류는 적용 범위와 국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에 큰 차이가 있다”며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강점과 문화적 매력을 글로벌 OTT를 통해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K-콘텐츠 수출이 2010년 이후 11년간 약 4배 증가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인용하며 “2023년 상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넷플릭스 내 한국 콘텐츠 비중은 7% 수준이다. 특히 일본과 중국, 인도, 스페인,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의 비영어권 작품으로 한정하면 그 비중은 약 20%로, 다섯 편 중 하나는 한국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VP는 “넷플릭스의 모든 작품들은, 사실은 대한민국의 PPL이 들어와있다. 거기에 나오는 한국어와 풍광, 대사, 감성, 먹는 음식, 부르는 노래들이 그렇다”며 “K-콘텐츠의 성공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 국격을 높이며 대한민국에 돌아오는 과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넷플릭스 로고.
현재 한국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콘텐츠 사업자들이 불황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한국의 성공을 강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 진출 이후 K-콘텐츠의 인기가 커졌지만 유통 경로가 넷플릭스로 한정된 문제가 있고, 불황 등과 맞물려 전체적인 국내 콘텐츠 제작 편수가 줄었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로 얻은 수익 대비 투자액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시장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넷플릭스가 한국을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강동한 VP가 이날 행사에서 국내 콘텐츠의 제작비 상승을 놓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프리미엄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하게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해 국내 상생 방안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주요 제작사들은 제작비 상승으로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업계가 힘들다는 걸 외면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업자들과) 같이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 2월 행사에서도 (강 VP가) 작품이 필요한 만큼 책임감 있는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때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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