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지난해 HBM 제조용 TC본더 주요 공급계약 내역/그래픽=윤선정
반도체 제조사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 투자 확대가 관련 장비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마이크론과 중국 기업이 HBM 제조의 핵심인 TC본더(열압착장비)를 생산하는 한미반도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갈등 배경 중 하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14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르는 설비투자(CAPEX)를 대부분 HBM 관련 부분에 쓸 계획이다. HBM 관련 생산, 패키징, R&D(연구개발)·테스트 시설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1월 싱가포르에 패키징 라인 착공에 들어갔고, 미국 아이다호와 일본 히로시마, 대만에도 HBM 생산설비를 준비 중이다. 마이크론은 올해 한 자릿수인 HBM 시장점유율을 D램 점유율(20~25%)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최근 마이크론은 HBM에서 자신감을 보인다. HBM의 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50%를 넘어서며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미 올해 HBM 공급 계약을 모두 체결했고, 내년 공급 계획을 논의 중이다. HBM 사업을 총괄하는 클라우드 메모리 비즈니스 유닛(CMBU)을 신설하며 사업구조도 재편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의 공격적인 투자는 TC(열압착) 본더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TC본더는 한미반도체가 시장 1위의 지위를 갖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부터 마이크론에 TC본더를 납품했고, 최근에도 대량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론은 지난 1월 싱가포르 공장 착공식에도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을 초정했다.
HBM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 기업의 발주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제조사는 HBM2 양산 체제를 갖추면서 TC본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반도체의 1분기 해외 고객사의 비중은 9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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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커지는 해외 TC본더 발주…한미반도체, SK하이닉스에 가격인상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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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갈등에도 HBM 시장 변화가 깔려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한화세미텍과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수주계약을 맺으면서 한미반도체 독점 공급(sole vandor) 체계를 흔들었다. 한미반도체가 공급하는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 계약이 체결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비 가격 인하 압박을 받아온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의 높은 공급가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과 중국 업체보다 낮은 가격에 TC 본더를 공급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는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1대당 20억원 후반에 납품했으나 마이크론에는 30억원대, 중국기업에는 40억원대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25%이상의 TC본더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향후 SK하이닉스보다 마이크론 등 다른 고객의 장비 수주 비중이 더 늘 수 있는 것도 한미반도체가 강경하게 나갈 수 있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생산 공간이 포화 상태로 새로운 라인 신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한화세미텍와 계약도 한미반도체보다 작은 TC 본더 사이즈가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는 마이크론과 중국기업 등 새로운 고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에게 끌려갈 필요가 없는 셈이다. 아울러 최근 한미반도체가 삼성전자와 협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시장에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2011년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와 특허침해 소송 이후 10년간 삼성전자와 거래를 하지 않았다.
업계는 이달 말 SK하이닉스의 TC본더 발주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갈등으로 예상보다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반도체도 이날 예정됐던 IR(기업설명회)을 다음달 중순 이후로 미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 생산장비 다변화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장비사가 발주사에 강경한 대응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으로 이번 갈등이 향후 다른 장비 수주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곽 회장은 다음달 두 아들에게 총 725억원 규모의 주식을 증여한다. 곽 회장은 다음달 22일 곽호성, 곽호중씨에게 각 0.5%씩 총 1% 주식(96만6142주)총을 증여할 계획이다. 곽 회장의 보유 지분은 34%에서 33%로 낮아질 전망이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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