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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나 장관의 명령을 위법이라 생각해 반기를 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습니까. 제 맘대로 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쿠데타입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2025년 2월 6일)
“우리가 수호하겠다고 서약한 건 왕이나 왕비, 폭군이나 독재자가 아닙니다. 미국 수정헌법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죽을 각오를 합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2020년 9월 29일)
22일 오후 10시 KBS1 ‘시사기획창’은 ‘항명과 복종’이 방송된다.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군이 또다시 비상계엄에 동원됐다. 45년 만이다. 계엄 모의 과정에서 주요 군 지휘관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특히 합참의장의 지휘 통제권을 무시한 채 병력을 국회에 투입했던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오히려 대통령 명령을 따르는 게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향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발포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미군 서열 1위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공개 항명했다. 그는 “우리 군인들은 특정 개인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충성한다”는 지휘 서신을 내렸다.
대통령 지시에 ‘항명’한 밀리 의장은 4년 임기를 채우고 명예롭게 전역한 반면 ‘복종’을 강변한 이진우 전 사령관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차이는 어디에서 온 걸까.
계엄에 동원된 군인은 1,605명(*검찰 공소장 기준). 이들은 제대로 된 임무도 모른 채 평범한 시민들과 대치했다. <시사기획 창>은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 전 교관과 함께 이들의 행동을 정밀 분석했다.
“신속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는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헌법재판소 탄핵 결정문)에도 불구하고 일부 계엄군은 제복의 명예를 잃었다는 도덕적 손상과 트라우마(PTSD)에 시달린다. 지난 넉 달간 특전사에선 핵심 전력인 중사·상사 154명이 전역을 신청하거나 휴직했다. 지난 5년 내 최대치다.
12.3 비상계엄 이후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현역 군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2.3 계엄으로 구속기소된 현역·예비역 장성은 모두 7명. 이들 모두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학연과 진급과 보직 등으로 얽혀있다. ‘생각의 힘’을 키우기보다는 상명하복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육사 문화. 그 안에 헌법과 민주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시사기획 창’은 이른바 ‘파이데이’, ‘소개 점호’ 등 ‘복종하는 기계’를 만들어 내는 그들만의 내밀한 생활을 취재했다. 육사 전체 생도들이 참여한 설문 조사 결과도 소개한다.
우리 역사에도 ‘항명’은 있었다. 하지만 정의로운 항명에는 대가가 컸다.
1979년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 반란군에 맞서다 35살의 젊은 나이로 전사한 김오랑 소령. 신군부가 법의 심판을 받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평가나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부인 백영옥 씨는 실명했고, 실족사 이후 유골마저 수습되지 않고 산골 처리됐다.
군은 ‘상명하복’을 근간으로 한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은 ‘불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올해 초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 1심 무죄 선고도 마찬가지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항명’과 ‘복종’ 사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헌법의 수호자’,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우리 군의 사명을 재정립하고,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한 법과 제도적 조건을 제안한다. ‘시사기획 창’ 22일 방송 ‘항명과 복종’은 밤 10시 KBS1에서 공개된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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