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22일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내놓자, 의료계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다만 일각에선 “꼭 필요한 의사는 정부가 책임지고 키워야 한다”는 찬성 의견도 나왔다.
이 후보는 2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필수·지역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공공의료 시스템을 갖춘 공공병원을 확충해 가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에 대해선 “모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공공의대의 지역·필수의료 강화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주장한다.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되는 의사들 대다수는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떠날 것이 뻔해 의료 취약지 문제 해결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지방에 적정 수준의 환자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진료권역 폐지로 환자들이 자유롭게 서울로 ‘원정 진료’를 갈 수 있다. 지방 공공병원에 배치된 공공의대 의사들도 결국은 환자와 좋은 일자리 및 정주 여건을 쫓아 서울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각 지역마다 공공의대를 유치하려 할 텐데,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배출되는 의사들이 지역과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젊은 의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공공의대 설립 후 전문의가 배출되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 그때 필수의료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공공의대 설립만으로 지방과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대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과 2020년에도 추진됐다가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2018년엔 폐교한 서남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공중보건 분야 의사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연간 400명 규모의 의대 증원과 함께 공공의대 설립이 추진됐다.
당시에도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컸다. 지역과 필수분야에 근무할 유인을 늘리지 않고, 공공의대로 의무복무할 인력만 배출하는 것은 비수도권과 기피과 인력 확충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공공의대가 설립되면 시도지사 추천 입학이 가능해져 ‘현대판 음서제’가 될 것이라는 선발의 공정성 문제도 불거지면서 공공의대 설립은 추진력을 잃었다.
다만 공공의료 확충을 강화해 온 의사들은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의대 증원을 통해 공공 분야 의사를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부가 책임지고 공공에서 일할 의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이미 늘어난 의대 정원 중 일부를 공공의대로 가져오면 공공의대 신설로 증원 효과가 생긴다는 반감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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