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INSIGHT
이미지 생성 열풍이 부른 에너지 대란…AI 회의론 거세져
AI 대중화 길 열었지만…
수익화 위해 이미지 생성기능 추가
가입자·유료 구독자 대폭 늘어
AI 개발 경쟁, 이미지로 급속 이동
전력난 공포에 AI 비관론 확산
이미지 7억장 생성하려면
6.7만 가구 하루 전력량 써야
"AI로 프사 바꾸는게 맞나" 지적
新전력 찾는 빅테크
MS, 수중 데이터센터 건설 실험
구글·메타는 소형모듈원전 활용
서버 확보 넘어 전력 효율화 나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이런 글을 남겼다. “사람들이 챗GPT 이미지를 좋아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지만 우리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녹아내리고 있다.” 사용자들이 너도나도 챗GPT에 사진을 올리고, 이를 지브리스튜디오 그림체로 바꾸며 사용자가 시간당 100만 명씩 늘어난 뒤의 일이다. 그는 이틀 후 “모두 이미지 생성을 자제해달라”며 “이건 정말 미친 상황이고, 우리 팀은 잠을 자야 한다”고 또다시 글을 남겼다.
전 세계를 강타한 ‘지브리풍’ 그림 열풍이 인공지능(AI)의 양면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오락용 AI에 전력을 낭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챗GPT는 개편 이후 첫 1주일간 7억 장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만 미국 6만7000가구가 하루에 쓰는 전력을 사용했다. 현지 테크업계에선 “뜻밖의 지브리 열풍이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에 인류에 닥칠 문제점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탄식이 나왔다.
◇AI 대중화 길 열어
‘AGI가 인류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2015년 설립된 오픈AI는 2022년 11월 챗GPT를 출시하며 AI 시장의 선도주자로 거듭났다. 챗GPT는 추상적인 미래상에 그치던 AI를 많은 사람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게 만들고 있다. 본격적인 대중화의 물꼬는 지브리풍 그림 열풍이 텄다. 불과 지난달 말 기준 5억 명을 갓 돌파한 챗GPT 가입자가 이미지 생성 열풍에 보름도 안 돼 8억 명에 육박했다. 올트먼 CEO는 “26개월 전 챗GPT를 출시했을 때 이용자 100만 명 증가에 5일이 걸렸지만, 지금은 단 한 시간 만에 100만 명이 늘었다”고 했다.
오픈AI가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한 건 AI 수익화를 위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37억달러)의 세 배가 넘는 127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흑자 전환 시점은 매출이 1250억달러를 넘어서는 2029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달 말 400억달러(약 59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수익 모델에 대해선 의문이 여전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료 구독을 확산하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더 많은 이미지 생성을 원하는 사람이 지갑을 열면서 지난달 말 기준 챗GPT 유료 구독자는 2000만 명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450만 명 증가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올 1분기 12억4500만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지난달 말 출시된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유료 구독자가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이후 수익은 더욱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오픈AI의 대성공에 실리콘밸리 AI 개발 경쟁의 무게 중심은 급격히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이동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텍스트 명령어(프롬프트)뿐 아니라 이미지만 넣어도 8초 분량의 동영상을 제작해주는 영상 생성 모델 ‘비오 2’를 전격 공개했다. 오픈AI는 이미지를 바탕으로도 추론하는 AI 모델 ‘o3’를 공개했다. 단순히 이미지를 인식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진, 도표, 그래픽 등 각종 시각 정보를 추론 과정에 통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은 데이터 부족 현상과 연관이 깊다. 지난 2년간 AI 경쟁은 텍스트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저작권 및 보안 이슈가 불거지면서 AI 훈련에 필요한 텍스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 빅테크들이 이미지, 영상, 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지 생성에 전력 10배 필요
AI 창업자들이 수익 모델에 매달리면서 그들의 ‘거대한 포부’가 인류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는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 전력 문제가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허깅페이스의 연구에 따르면 AI로 이미지 한 장을 생성하는 데 평균 2.907와트시(Wh)의 전력이 소모된다. 이는 챗GPT에 단어 100개 미만의 짧은 텍스트 질문을 할 때 드는 전력 소모량(0.3Wh)의 약 열 배에 달한다. AI 모델이 텍스트 중심의 AI 챗봇에서 이미지와 영상을 생성하는 AI로 급격히 이동하는 현 상황은 전력난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AI의 전력 소모 논란이 처음 제기된 건 아니다. 2015년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간 바둑 대전 당시에도 이 같은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알파고는 이세돌과 비교해 2만2000배가량의 전력을 소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고작 사람들의 SNS 프사를 위해 석유와 가스를 퍼올리고, 숲을 없애며, 수자원을 낭비하는 행위가 합리적이냐는 의문이다. 엘사 올리베티 MIT 교수는 “AI를 사용할 때 자신이 누르는 버튼 하나가 얼마나 많은 자원을 소모하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AI 개발 경쟁이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복잡한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서버가 가동된다. 이 서버는 연산 과정에서 고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물로 냉각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였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6년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현실화될 경우 이는 일본 전체가 한 해 동안 사용할 수준의 전력에 해당한다.
◇데이터 센터 전력 효율화 경쟁
이 같은 논란에 빅테크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전력원을 도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xAI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슈퍼컴퓨터로 꼽히는 ‘콜로서스’에 최신 액체 냉각시스템 기술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열을 낮추기 위해 수중 데이터센터 건설을 실험했고, 구글과 메타는 각각 핀란드와 스웨덴의 데이터센터에서 한파로 열을 낮추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열을 낮춰야 전력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억만장자들이 새로운 발전 기술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2006년 소형모듈원전(SMR) 업체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구글은 2023년 빅테크 최초로 카이로스파워가 개발 중인 SMR로부터 2039년까지 5G기가와트일렉트릭(We) 규모의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아마존은 세 개의 SMR 기업에 투자했고, 메타 역시 SMR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검토 중이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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