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비 화성 시립남양도서관서 제막식
과학계 인사 현충원 안장과 공적비 건립 이례적
철강·조선·자동차 산업 기틀 마련한 고인 뜻 기려
이호성 표준연 원장 고인 애도하며 울먹이기도
김명자 이사장 "분열 한국, 선구자 없어 아쉬워"
[경기도 화성=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 1964년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에게 한 유학생이 용기를 내어 ‘한국의 철강공업 육성방안’ 논문을 전달한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산업화 기반인 종합제철산업의 단초가 됐으며, 훗날 유학생은 상공부 초대 중공업 차관보와 초대 한국표준연구소(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장 등을 지내며 조선, 철강, 조선 산업을 설계하고 육성해 대한민국 발전에 힘썼다.
‘과학기술 유공자’ 故 김재관 박사에 대한 공적비 제막식이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시립남양도서관에서 진행됐다. 김재관 박사는 지난 2023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로 지정된뒤 이듬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후 고인의 고향(화성) 지역 유지, 김명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장 등이 중심이 돼 공적비까지 건립됐다.
공적비 제막식 참가자들의 단체사진.(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고인은 대한민국 1호 유치과학자로 한국이 ‘한강의 기적’으로 전쟁 폐허를 딛고 발전을 이루는데 기여한 선구자다. 전 세계가 비웃은 철강산업이 우리나라 산업 미래를 위해 절실하다고 보고 포항종합제철을 설계하고, 이를 건설하는데 힘썼다. 또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을 설득해 자동차 산업 기틀을 마련하고, 국산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역할을 하려면 국가 표준 체계 확립도 필수적이라고 내다보고 헌법에 국가 표준 확립 조항을 넣기도 했다.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표준은 집을 지을때 땅을 다지는 일로 중요한 일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 일”이라며 “표준연 설립을 통해 미국, 일본에 종속될 수 있었던 표준 체계를 자립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고인이 국가 표준 확립을 헌법에 담는데 역할을 했는데 이같은 업적은 눈에 띄지 않지만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표준체계와 고인이 닮아 안타깝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고인의 공적은 사후 주로 알려졌을 정도로 그는 국가만을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적비 건립 추진 과정에서도 그의 고향과 생일 등이 알려졌을 정도다. 고인의 아들인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대표는 “부친은 항상 나라를 걱정하고 사랑했던 분”이라며 “이번 공적비 건립은 공적을 기리는 것 이상으로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힘써준 선구적인 과학자들을 위한 공적비라고 생각하며, 과학자들의 정신을 기리고 과학기술을 소중히 여겨 국가 발전에 힘썼으면 한다”고 전했다.
故 김재관 박사 공적비가 화성시립남양도서관에 건립됐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제막식에는 과학계 주요 인사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과학자가 현충원에 안장되고, 공적비까지 건립된 사례는 극히 드문 일로 평가된다. 과학계 인사들은 고인의 뜻을 기리며 앞으로 과학기술인 예우 문화가 확한하고, 국가 발전에 과학기술이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우일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유공자 지정부터 현충원 안장, 공적비 제막은 과학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며 “이번 제막식을 계기로 과학기술인들을 예우하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명자 KAIST 이사장도 “한국이 전쟁 폐허를 딛고 경제발전을 이룬 배경에는 과학기술과 산업기술이 있었고 고인처럼 공적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국심을 갖고 헌신했던 과학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우리는 서로 끌어내리고 분열하는데 힘쓰는데 고인을 통해 현재까지 기적을 이뤄낸 만큼 앞으로 앞으로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제2의 김재관, 제3의 김재관이 나와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책무를 느낀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한민국과학기술유공자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과학계 주요 기관, 단체에서도 과학계 인사의 공적비 제막식을 축하했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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