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왼쪽)가 지난 4월 14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그의 캐디인 해리 다이아몬드와 포옹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11번의 도전 만에 결국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PGA가 주최하는 4개의 메이저대회(마스터스, PGA챔피언십, 디오픈, US오픈)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한 해도 아닌 평생에 걸쳐 네 개의 메이저대회를 우승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자가 매킬로이 이전에 5명밖에 없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다. 진 사라센과 벤 호건이 골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이전의 골퍼라고 본다면, 그 이후에는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와 타이거 우즈밖에 없다. 아놀드 파머, 톰 왓슨, 세베 바예스테로스, 닉 팔도, 그렉 노먼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매킬로이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과정은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였다.
우승문 열고 닫고 반복한 롤러코스터
매킬로이는 지난해 PGA를 휩쓴 스카티 셰플러의 성과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셰플러는 리더보드 어디에 있든지 일관된 전략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는 것을 알았다. 그 결과로 보기 없는 라운드가 얼마나 많은지 알고 놀랐다. 매킬로이는 그에게서 인내를 배웠고, 공격 본능을 잠재우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달았다. 새로워진 매킬로이는 지난해 아이리시 오픈에서부터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이전에 없던 일관성을 보여주었다.
마스터스에 앞서 도박사들은 셰플러를 우승후보로 점찍었지만, 골프 전문가들은 매킬로이의 우승을 점쳤다. 스스로를 컨트롤할 줄 아는 매킬로이가 얼마나 무서운 선수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심리적 중압감이었는데, 로라 데이비스는 두 타 차 선두로 나서는 매킬로이가 1번 홀에서 드라이버를 잘 친다면 우승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세 번의 라운드에서 그는 완벽에 가까운 1번 홀 티샷을 날렸다. 벙커를 넘겼기에 이번에도 같은 선택을 했지만, 320야드를 날아간 그의 공은 벙커턱을 한 뼘 차이로 넘지 못했다. 더블 보기를 범해 디샘보와의 격차를 첫째 홀에서 모두 지워버렸다.
2번 홀 드라이버 샷도 마찬가지였다. 똑같이 한 뼘 차이로 벙커턱을 넘기지 못하면서 파5 홀에서 버디 기회를 잡지 못했다. 골프의 신이 매킬로이에게 테스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2번 홀에서 디샘보에게 선두를 잠시 내줬지만, 곧 다시 선두로 나섰다. 7번 홀에서 그는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해 우드를 선택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공은 왼쪽 나무 사이에 떨어졌다. 캐디이자 친구인 해리 다이아몬드는 레이업을 권했으나 매킬로이는 나무를 넘기는 샷을 시도했다. 그 샷은 나무 끝을 간신히 넘어가 핀을 두 걸음 지나 멈췄다. 참아온 공격 본능으로 스스로 우승문을 여나 싶었던 매킬로이는 그러나 짧은 버디 퍼팅을 놓치면서 치고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날 그는 멋진 아이언샷을 날렸으나 퍼팅 실수가 온종일 그를 따라 다녔다.
디샘보가 11번 홀에서 공을 물에 빠트린 후에 선두권에서 멀어지고, 저스틴 로즈가 3타 차로 따라 오던 13번 홀. 그는 파5에서 투온을 시도하는 대신 레이업을 선택했다. 80야드를 남겨둔 세 번째 샷에서 그린 중앙을 공략해야 했지만, 그는 핀을 직접 노렸다. 그도 모르게 공격 본능이 발동한 것이다. 핀 오른쪽에 떨어진 공은 옆으로 굴러 물에 빠졌다. 14번 홀에서도 나무 밑에서 친 아이언으로 핀 가까이에 붙였으나 짧은 퍼팅에 성공하지 못했다. 15번 홀에서 나뭇가지를 피해서 큰 드로 샷을 구사해야 했지만, 그린 앞에 물이 있는 것이 문제였다. 207야드를 남기고 친 빅 드로 샷은 그림같이 날아가 페어웨이에 떨어져 완벽한 버디 찬스가 되었다.
그러나 이어진 이글 퍼팅을 실패하고, 관중으로부터 '못 넣을 줄 알았어'라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 16번 홀에서도 그는 아이언 샷으로 우승문을 열고, 퍼팅을 놓쳐 우승문을 닫았다. 17번 홀에서는 아이언 샷으로 핀에 공을 가까이 붙여 버디를 잡았다.
남은 18번 홀에서 파만 기록하면 우승이었다. 그러나 그는 25야드 웨지 샷을 벙커에 빠뜨린 데다, 짧은 파 퍼팅을 놓쳐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우승 퍼팅 후 오열
연장전이 결정되는 순간 그는 이미 패배한 선수 같았다. 그는 어거스타 골프신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 같았고, 자신의 험난한 운명을 버거워하는 것 같았다. 저스틴 로즈는 마지막 홀에서 롱퍼팅에 성공해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고, 연장전을 대비하며 연습하고 있었다.
카트를 타고 18번 홀 티샷박스로 가는 매킬로이는 의기소침해 보였다. 캐디는 "친구야. 이곳에 온 지난 월요일 아침에 누군가 우리에게 연장전을 제안했다면, 너는 오른팔을 내어주는 한이 있어도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 거야"라고 말하여 매킬로이를 깨우쳤다. 그는 운명 앞에 모든 것을 잃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캐디는 불과 며칠 전에 이런 순간을 얼마나 바라고 있었는지를 상기시켜 줬다.
이 말에 용기를 얻은 매킬로이는 깔끔한 드라이버, 웨지, 퍼팅으로 버디를 기록하며, 마침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어냈다. 퍼팅 성공 후에 우승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홀컵을 향해 홀로 엎드려 흐느껴 울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11년간의 도전, 그 많은 실패 원인이 온전히 자신에게 있었음을 고백하는 의식과 같았다.
바비 존스가 1934년 골프대회를 만들었을 당시에는 '마스터스'라는 단어 사용을 원하지 않았다. 거만해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거스타 내셔널은 양쪽으로 높은 나무가 있어서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숲으로 가도 바닥이 잘 정돈되어 있어서 볼을 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탄도를 만들어 내는 능력과 훅에 가까운 드로, 슬라이스에 가까운 페이드를 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린의 형태는 흩어지는 형태의 해리 콜트 스타일이고, 그린이 단단하고 빨라서 쇼트게임과 퍼팅 능력만으로는 커버가 안 된다. 아이언 샷으로 이상적인 지점에 공을 가져다 놓아야 퍼팅실력도 발휘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마스터스에서 기념비적인 샷은 대부분 아이언 샷에서 나왔는데, 매킬로이는 마지막 라운드 7번, 15번, 17번과 연장전에서 '아이언 마스터'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들 아이언과 롱 아이언을 매킬로이처럼 다룰 수 있는 선수는 전성기 시절의 타이거 우즈를 제외하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순간 불운을 맞이하는 사람은 낙담한다. 자신이 10년, 20년, 30년 전이라면 오른팔을 떼어 주고라도 얻고 싶었던 자리에 지금 위치해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사실을 상기하지 못한다.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불운에 맞설 새로운 용기를 가지게 된다.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