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4억명이 중금속 고위험 지역에 살아
구리 채굴로 오염된 러시아 첼랴빈스크 지역. 일부 중금속은 체내로 유입되면 독성을 나타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계 경작지의 약 15%가 비소, 카드뮴, 납 등 한 종류 이상의 독성 중금속에 오염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대 14억명이 중금속 고위험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 허우 중국 칭화대 환경대학원 교수팀은 전세계 중금속 토양 오염 지도를 만들고 세계 경작지 약 15%가 독성 중금속에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연구결과를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산업시설 등 주로 인간의 활동을 통해 환경으로 방출되는 일부 중금속은 체내로 유입되면 독성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토양의 중금속 오염은 고대인들이 약 1만년 전부터 광석을 제련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중금속 중독은 피부 병변부터 신경계·심혈관계와 장기 기능 저하, 암 유발 등 치명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토양의 중금속 오염은 제거가 어렵고 수십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이 문제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은 농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동물 체내에 중금속을 축적시켜 수질과 식품 안전 등을 위협한다.
연구팀은 전세계 토양의 중금속 오염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1000개 이상의 지역 연구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했다. AI 알고리즘은 기후, 지질, 지형과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중금속이 토양에 존재할 가능성을 추정했다.
토양 중금속 오염이 드러난 '세계지도'를 만들고 분석한 결과 약 2억4200만 헥타르(ha) 넓이의 토양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독성 중금속으로 오염돼 농업이나 건강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지의 14~17%가 중금속 오염 지역에 해당됐다.
연구팀은 9억에서 최대 14억 명의 사람들이 중금속 고위험 지역에 살고 있다고 추정했다. 가장 널리 퍼진 중금속은 카드뮴으로 전세계 토양 9%에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주로 남아시아, 동아시아,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퍼져 있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풍력 터빈 구축이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생산이 확대되면서 토양 중금속 오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토양 중금속 농도만으로는 아직 위험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식물이 토양에 있는 중금속을 전부 흡수하는 것이 아니고 기후에 따라 중금속 흡수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호우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 활동이 지구에 깊이 각인된 것을 상징한다"며 "각국 정부가 토양 오염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adr5214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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