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주자 인터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다면 반(反)이재명을 표방하는 모든 분을 받아들여 함께 싸울 생각”이라고 했다./ 조인원 기자
안철수(63)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16일 본지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기업가 출신 인재들을 내각에 대거 참여시켜 글로벌 통상 전쟁에서 국익을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의사 출신으로 정치에 참여하기 전 안철수연구소(안랩)를 창업해 컴퓨터 백신(V3)을 개발한 안 후보는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과학·경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처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후보는 “중도 보수부터 중도 진보까지 잘 설득해 우리 편으로 만들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선 후보와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며 “국민의힘 후보 중 중도 확장성이 가장 넓은 내가 도덕성과 능력을 바탕으로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왜 과학·경제 대통령이 필요한가.
“첨단 과학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이다. 과학기술이 경제이자 안보란 뜻이다. 대만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가 있으니 미국도 대만을 보호하지 않나.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국가 지도자는 이과(理科) 출신으로 과학자·경영자 출신인 내가 적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다루는 법률가가 아니라 미래를 다루는 사람이 필요하다.”
−다른 후보들도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을 공약했는데.
“AI에 대해 나만 제대로 알고 나머지는 잘 모른다. 예컨대 이재명 후보가 무료 챗GPT를 만들어 보급하겠다고 했는데 완전 엉터리다. 기업에서 할 일을 왜 정부가 하나. 2020년 총선 때 경기도 공공 배달 앱 만들겠다고 한 것과 똑같다. 결국 경기도 배달 앱은 잘 안 됐다. 제발 모르면 좀 가만히 계시라고 하고 싶다.”
−AI 공약은 뭔가.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깔아 산업화를 이뤄낸 것처럼 ‘AI 고속도로’를 깔겠다. AI 데이터센터를 지어 기업들이 AI 학습과 운용에 필수적인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마음껏 쓰게 하겠다. 우리나라에도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이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이재명 후보도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해야 하는 건 돈을 나눠주는 게 아니다. 기업들이 일을 못 하게 막는 규제를 풀어주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깔아주는 게 중요하다. 이 후보처럼 시장 상인들 어렵다고 돈 뿌리는 게 아니라 시장 옆에 주차 타워를 지어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글로벌 통상 전쟁 대응 전략이 있나.
“정부에서 현대차와 삼성, SK 같은 기업을 모아 미국 행정부와 빅딜을 하는 방안이 있다. 미국이 중국의 공급망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품질을 갖춘 메모리 반도체, 선박 등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 기업들을 전부 모아서 협상해야 한다. 이럴 때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콘셉트의 정부를 구성할 건가.
“기업가 출신 인재를 내각에 대거 참여시킬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관세전쟁에서 국익을 지켜낼 적임자는 기업가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 정의선 회장을 총리로 발탁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를 정부에 기용한 것과 비슷하다. 지금 한국엔 머스크처럼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 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성과 유능함을 증명하는 일이다.”
안 후보는 인터뷰 도중 중증 외상 전문의인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최근 군의관 후보생들에게 “조선 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X들이 해먹는 나라”라고 말한 것을 거론했다. 의사 출신인 그는 “이 원장의 좌절은 대한민국의 좌절”이라며 “이과생 안철수가 이런 좌절을 끝내겠다”고 했다.
−의사로서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의사가 아닌 사람은 의료계 내부 구조가 얼마나 복잡한지 모른다. 일반 개업의, 레지던트, 전문의, 병원장, 의사협회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이걸 모르고 의사를 한 집단으로 생각하고 덤벼 탈이 난 측면이 있다.”
−의료 개혁 구상이 있나.
“한국의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필수 의료 의사들이 줄고 있고 지방 의료가 갈수록 피폐해지는 게 문제다. 정부가 적절하게 수가를 올리고 재정을 투입해서 지방 의료원을 만들고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특수 학과를 만들어야 한다. 단계적으로 접근해 개혁의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개혁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아졌을 때 의사 증원 숫자를 논의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때 찬성했는데.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지난 대선 때 후보 단일화를 한 것을 반성하고 국민께 사과한다. 이제 계엄의 강을 건너야 한다.”
−국민의힘 당원이나 지지자 중에는 탄핵에 반대한 사람도 적잖은데.
“(탄핵 반대는) 30% 정도다. 이들이 똘똘 뭉쳐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배척하면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 만들어 주는 거다.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까지 다 모아서 50% 이상을 만들어야 이재명 정권을 저지할 수 있다.”
−중도층 표심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
“이번 대선 후보 중 내가 중도 확장성이 제일 넓다고 자부한다. 중도층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도덕성과 능력이다. 이 점에서 누구보다 자신 있다. 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이다. 정치하기 전에 재산(안랩 보유 주식)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때는 항체가 없어서 죽을 수도 있었지만 대구에서 직접 의료 봉사에 나섰다. 나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인이다.”
−보수층에서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정치를 혼자서 무소속으로 시작했다. 국민을 믿고 시작했다. 그리고 국민의힘에 들어와 1년도 안 돼 전당대회를 치렀다. 당시에 용산(대통령실)의 입김이 셌을 때였는데도 23.37%의 지지를 받았다. 합리적인 중도 보수층이 많다는 걸 알았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 ‘반명 빅 텐트론’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다면 반(反)이재명을 표방하는 모든 분을 받아들여 함께 싸울 생각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만 같으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부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낙연 전 총리까지 (함께할 문이) 열려 있다.”
☞안철수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땄다. 기초 의학을 연구하다가 1988년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백신 ‘V3’를 개발했고,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세워 백신을 무료로 배포했다. 2011년 정치에 입문해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대표, 국민의당 대표를 지냈다. 19대 국회 때인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작년 22대 총선 때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4선에 성공했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해 후보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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