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현대엔지니어링·美MPR 컨소시엄 수주
국제 경쟁 뚫고 선정… 미국·아르헨티나 등 7개국 경합
1000만달러 초기 설계계약···기본설계도 참여 예정
과기정통부 “후속 수출 지원..SMR 포함 패키지 추진”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이 66년 만에 원자력 기술을 미국에 역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1959년 7월 14일 미국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 1호기를 도입하며 시작된 국내 원자력 기술 개발은 이제 종주국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성장하며 본격적인 수출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한국), MPR(미국)과 함께 구성한 한미 공동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학교(MU)의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 사업(NextGen MURR)의 첫 단계인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유력 기업들을 제치고 한국 컨소시엄이 국제 경쟁입찰에서 수주한 것으로 향후 미국을 비롯해 아프리카, 중동, 유럽 등 다양한 국가로의 연구용 원자로 수출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특히 이 성과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난 15일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조치가 발효된 직후에 나온 것으로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 미칠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임인철 부원장은 “초기 설계 계약 규모는 약 1000만 달러(한화 약 141억원)”이라며 “개념설계, 기본설계 등 후속 단계까지 연속 수주가 유력해 향후 계약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 차세대연구로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이 미국 미주리대학교의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 설계 사업을 수주한 배경에는 축적된 기술력과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경험, 핵비확산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연구용 원자로(연구로)는 발전용 원자로와 달리 전기 생산이 아닌 중성자 활용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다.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된 중성자를 이용해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신물질 생산, 중성자 방사화 분석 등 다양한 연구 활동에 활용된다.
이번에 수주한 사업은 미국 미주리대학교(MU)가 추진 중인 20메가와트(MWth)급 고출력 신규 연구로 건설을 위한 설계 프로젝트다. 미주리대는 현재 미국 내 대학 중 최대 규모인 10MW급 연구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해 미국 전역 병원에 암 치료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신규 연구로가 완공되면 기존 시설과 병행해 동위원소 생산 효율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국제 입찰에는 미국의 뉴스케일(NuScale), 아르헨티나의 인밥(INVAP) 등 7개국 컨소시엄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MPR 등과 구성한 한미 컨소시엄이 최종 낙점됐다.
한국 컨소시엄은 △대전의 연구로 ‘하나로’ 운영 경험 △요르단 연구로 완공 실적 △말레이시아 연구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 △네덜란드 델프트 연구로의 냉중성자원 제작 등 글로벌 연구로 구축 경험에서 강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고농축 핵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고밀도 저농축 핵연료(U-Mo 분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미국 측의 평가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핵비확산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연료 기술을 갖춘 소수 국가로서의 역량을 입증한 사례로, 지난해 7월 한국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이번 초기설계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승원 현대엔지니어링 상무는 “원자력연과 함께 미국에 연구로 설계를 수출하게 돼 기쁘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 40년간 설계 사업 경험과 사업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원자력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아프리카·중동·유럽 등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후속 연구로 수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현재 전 세계 54개국에서 총 227기의 연구로가 운영 중인데, 이 중 70%는 4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이라며 “향후 20년간 약 50기 이상의 신규 연구로 건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별 수요에 맞춘 맞춤형 수출 전략을 마련하고, 연구로뿐만 아니라 핵연료 공급, 상용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 포함한 통합 수출 패키지를 구성해 글로벌 수출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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