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재명 ‘주 4일제’에 설익은 맞불 논란
국민의힘이 대선 첫 공약으로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정작 유력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이견이 나오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 4.5일제는 월~목요일에는 하루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엔 4시간만 근무하는 방식으로, 주 40시간은 그대로 유지하되 근무 요일별로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총 근무시간이 줄지 않기 때문에 급여에도 변동이 없다”며 “실질적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주 4일제’에 대한 반격이다.
하지만 김문수·한동훈·홍준표 등 이른바 국민의힘 3강(强) 후보들은 모두 이에 대해 비판 내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대선 경선 3강 후보로 꼽히는 김문수, 한동훈, 홍준표 후보. /조선DB
17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해 보면, 홍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병태 KAIST 교수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캠프에선 그런 (당의) 접근 방식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으로 기업과 근로자들이 합의에 의해서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도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찾아 기업들의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우려를 접한 뒤 “모든 기업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법률이 현실에 안 맞지 않느냐는 말씀에 공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개발(R&D) 등의 분야에선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할 때도 있고 쉴 때도 있다. 전 세계적인 경쟁에서 다른 나라를 앞설 수 있는 건 기업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했다. 주 4.5일제 도입을 강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동훈 캠프 내에서도 주 4.5일제 도입에 부정적인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캠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산업이나 기업 부문별로 특성이 다 다르다”며 “총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도 아니고, 4.5일제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이재명이라는 유력 경선 후보를 중심으로 정책 어젠다를 선점한 반면 국민의힘은 17일에야 8명의 경선 후보를 좁히는 레이스를 시작하며 ‘인물 경쟁’을 벌이는 것이 설익은 공약을 내놓은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대선 한 달 전인 5월 3일에야 최종 후보를 낼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이 후보의 독주를 막기 위한 ‘반(反)이재명’ 빅텐트론이 부상하고 있는 점이 변수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와 장외(場外)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낙연 전 총리 등이 한 텐트 아래에서 다시 단일화 등을 구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당 정책을 개발하는 여의도연구원과 당, 후보 간 조율이 잘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 4.5일제 공약뿐 아니라 향후 발표될 공약에서도 이런 이견이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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