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100㎾ 규모 첫 도입
UAE 등 7건 기술 수출 실적
의료 인프라까지 확장 이정표
한미 기술 협력 사례로 평가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설계 계약을 따내면서 한국은 미국에서 연구로를 도입한 지 66년 만에 기술을 역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미국과 껄끄러운 민감국가 문제 해결뿐 아니라 원전 수출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과학기술계에선 미국으로의 역수출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나라는 1959년 최초 원자로인 100㎾ 규모의 '트리가 마크-2'를 미국 제너럴아토믹으로부터 도입하면서 원자력 연구개발을 시작했는데,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을 이뤄내며 원자력 강국으로 성장했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17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지원에서 시작한 한국 원자력 연구가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로 미국에 역수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과기정통부 제공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관계를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차관은 "한미 기술동맹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핵 비확산 연구로 설계로 원자력 평화적 이용과 국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으로 수출용 연구로 기술 개발 협력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를 둘러싼 우려도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산업경제적 측면에선 원전의 수출 기회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로 분야에선 1985년 다목적 연구로 '하나로' 설계 이후 2009년 처음으로 그리스의 5㎿급 'GRR-1' 성능개선을 위한 원자로 설계 기술을 수출한 바 있다. 이후에도 이번 미주리대 수주까지 총 7건의 기술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정부 안팎에선 이번 수출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연구로 확대의 호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달 기준 등록된 연구용 원자로는 총 847개로 이 중 54개국에서 227개 연구로가 운영 중이다. 1기당 건설 비용이 2억~10억 달러로 큰 편은 아니지만 기존 연구로 대부분이 40년 이상 된 노후화 시설로 대체 및 개선, 장비 증축 등 파생 기술 수요가 꾸준한 시장이라는 평가다.
미주리대에 공급하는 연구용 원자로는 암 치료용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한국 원전 기술이 미국 의료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주리대는 20㎿(메가와트) 규모의 원자로를 추가로 설치해 기존 10㎿ 원자로와 함께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량을 기존 대비 3배로 늘릴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암 치료에 필수적인 루테튬-177(Lutetium-177)과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미주리대 원자로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루테튬-177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조민수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루테늄-177을 이용한 치료제는 신경 내분비 암 분야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루테늄-177을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 최 미주리 대학 총장은 현지 언론에 "46만명의 미국인이 우리 대학의 발견으로 생명을 구했다. 원자로 확장으로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은 이번 수출을 계기로 추가 수주를 추진할 방침이다. 임인철 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 "미주리대와 기본설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다른 여러 연구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6월 '연구로 수출 활성화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 2029년까지 320억원을 투입해 고성능 다목적 연구로 기본모델을 개발하는 '해외수요 기반 연구로 핵심기술 통합플랫폼 구축사업'도 시작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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