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콘서트장에서 관객이 응원봉을 들고 있다.[X(구 트위터) 갈무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콘서트 티켓만 사면 되는 거 아니었어?”
콘서트장을 물들이고 있는 형형색색의 불빛. 관객 모두가 하나씩 들고 있는 ‘응원봉’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해야 하는 요즘 콘서트 ‘필수템(필수 아이템)’이다.
문제는 이같은 ‘예쁜 쓰레기’가 다량 배출되고 있다는 것. 재활용도 어려운 플라스틱 소재로 이뤄진 데다, 시즌별로 새 제품이 출시돼 사용 기간이 길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봉’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연예기획사의 입장에서 굿즈(기념품)는 포기하기 힘든 수익원이기 때문.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친환경’을 우선 선택한 월드스타가 등장했다. 바로 8년 만에 내한한 밴드 콜드플레이.
이들은 플라스틱 응원봉 대신, 재사용할 수 있는 ‘형광 팔찌’를 무상 보급해, 콘서트장을 물들일 계획이다.
“응원봉 안 사도 된다” 관행 뒤집은 월드스타
콜드플레이 공연 모습.[유튜브 COLDPLAY 채널 갈무리]
세계적인 록 밴드 콜드플레이는 이달 16일부터 25일까지 8년 만의 단독 내한 공연을 펼친다. 총 6번의 콘서트에서는 한국 공연 역사상 가장 많은 관람객인 31만명이 공연장을 찾을 예정이다.
‘역대급 공연’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은 콜드플레이가 추구하는 ‘친환경’ 공연 문화. 무엇보다 콜드플레이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응원봉’ 굿즈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콜드플레이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자이로밴드를 차고 있다.[유튜브 COLDPLAY 채널 갈무리]
그렇다고 해서 관객석을 물들이는 불빛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콜드플레이는 관객 전원에게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재사용 LED 팔찌, 일명 ‘자이로밴드’를 배포할 예정이다.
해당 팔찌에는 LED와 센서가 내장돼 있어, 중앙 무대의 조절에 따라 색상이 바뀐다. 기존 ‘응원봉’과 기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공연이 끝난 후 그대로 회수돼, 다음 공연에서 재사용 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셈이다.
콜드플레이 공연에서 나눠준 야광 팔찌 ‘자이로밴드’.[X(구 트위터) 갈무리]
콜드플레이는 이전 공연에서도 환경보호를 취지로 유사한 팔찌를 보급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투어를 계기로 본격적인 친환경 요소를 도입했다. 자이로밴드는 식물성 소재를 사용해 100% 생분해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재사용률을 끌어올리고, 생산량 자체를 줄인 것도 또 하나의 변화다.
관객 참여도 유도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가별 회수율을 공개하여, 관객들이 자체적으로 자이로밴드를 회수하도록 하는 ‘착한 경쟁’ 방식을 채택했다. 현재까지는 일본 도쿄 관객들이 자이로밴드의 97%를 반납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는 “100%를 달성하자”는 등 자체적인 캠페인도 시작됐다.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주의사항 안내문. 공연장 내 플라스틱 생수병 등 쓰레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인스타그램 갈무리]
콜드플레이가 이같은 방침을 도입한 것은 나라 간 이동에서부터 실제 공연 단계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이전 월드투어에 비해 50% 감축하겠다는 자체적인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실제 콜드플레이는 관객들에게 응원봉 외에도 생수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 반입을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외에도 춤을 추는 관객의 운동 에너지를 통해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등 각종 친환경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쓰레기 양산하는 아이돌 문화…친환경 요구 지속
각종 아이돌 응원봉.[유튜브 ‘활명수’ 채널 갈무리]
국내에서는 K-POP(케이팝) 아이돌을 중심으로 콘서트와 가수마다 지정된 ‘응원봉’을 구매하는 문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미 콘서트에 참석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필수템’으로 여겨져 대표적인 굿즈 사업의 일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 복합 소재로 이뤄진 대다수 응원봉은 재활용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팬들 사이에서 ‘응원봉 디자인’ 경쟁이 불붙으며, 장식이 더 화려해지는 추세다. 재활용을 위한 분해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각종 아이돌 응원봉.[X(구 트위터) 갈무리]
심지어 같은 가수라고 해도, 주기적으로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나의 수명이 짧지 않다는 것. 인기 아이돌 공연의 경우 한 회차의 공연에서만 수만 개에 달하는 굿즈가 판매되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평균 아이돌 응원봉 하나의 가격은 5만원 내외. 하지만 품절될 경우 10~2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봉을 지참하지 않고 콘서트에 참여하는 것은 힘들다는 게 팬들의 설명이다.
응원봉 모습.[유튜브 토스 채널 갈무리]
5년째 한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에 다니고 있다는 직장인 신모(29) 씨는 “응원봉을 비롯한 굿즈가 환경에 좋지 않은 데다, 기획사의 마케팅에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면서도 “콘서트의 호응 자체가 응원봉을 통해 이뤄지는데, 빈손으로 가는 거 자체가 소외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다수의 굿즈 생산, 앨범 사재기 등 아이돌 팬덤 문화가 초래하는 환경 오염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이어진다. 케이팝 산업의 친환경적 변화를 요구하는 팬덤의 요구도 적지 않다.
이에 콜드플레이가 월드투어에서 제시한 대안을 시작으로, 친환경 콘서트 문화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 또한 이번 월드투어를 앞두고 “(지속가능한 공연 문화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이같은 공연 모델을 업계의 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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