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4년만에 한국 방문…"장기 비전 공감하는 투자자 물색"
지구 크기 세계 탐험하는 게임 '프롤로그'·3D 플랫폼 '아르테미스' 소개
포즈 취하는 브렌든 그린 [촬영 김주환]
(성남=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세계적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PUBG)를 만들어낸 배틀로얄 장르의 선구자가 인공지능(AI) 물결을 타고 차세대 3D 메타버스 플랫폼에 도전한다.
브렌든 그린 플레이어언노운 프로덕션 창업자는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과 같은 3D 기반의 오픈소스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게임 개발자인 브렌든 그린은 2016년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스튜디오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돼 장병규 의장, 김창한 현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PUBG 개발을 주도했다.
PUBG의 정식 영문 명칭은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로, 여기서 플레이어언노운(Playerunknown)은 바로 브렌든 그린의 닉네임이다.
그린 창업자는 자신이 만들어 올해 8주년을 맞은 '배틀그라운드'가 아직도 흥행 가도를 달리는 데 대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배틀그라운드와 크래프톤에 더 많은 성공이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프롤로그: 고 웨이백 [플레이어언노운 프로덕션 제공]
팬들 사이에서 배틀그라운드의 아이콘으로 불린 브렌든 그린은 2021년 돌연 크래프톤을 퇴사, 자신의 닉네임을 딴 게임 개발사 '플레이어언노운 프로덕션'을 창립해 화제가 됐다.
그는 "한 기업을 이끌어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크래프톤을 떠나고 2∼3년간은 정말 힘들었다. 개발 진척도 지지부진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다행히도 2년 전쯤 현재 우리 회사 CEO를 맡고 있는 킴 노드스트롬을 비롯해 내 비전을 이해하는 팀원들을 만났고, 빠르게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면서 "힘든 여정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터널 끝에 빛이 보이고, 스튜디오의 미래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사무실을 둔 65명 규모의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3종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기술 데모 '프리페이스: 언디스커버드 월드', 오픈월드 생존 게임 '프롤로그: 고 웨이백', 그리고 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인 메타버스 '프로젝트 아르테미스'가 그것이다.
프리페이스: 언디스커버드 월드 [플레이어언노운 프로덕션 제공]
세 작품 모두 그래픽처리장치(GPU) 상에서 구동되는 강화 학습 기반 프로그램이 지구만한, 혹은 그 이상 규모의 광활한 세계를 실시간으로 생성해 구현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린 창업자는 "정해진 패턴을 무작위로 조합하는 기존의 절차적 생성 기술과 달리, 늘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강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시스템을 고성능 기기는 물론 저사양 기기에서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고, 멀티플레이가 가능하게끔 지속해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 창업자는 "사양이 높을 거란 오해가 있지만 프리페이스 같은 경우는 휴대용 PC 스팀덱에서도 실행할 수 있고, 테스트 중인 '프롤로그'도 아직은 32기가바이트의 램(RAM)이 필요하지만, 향후 이를 16GB 정도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프롤로그: 고 웨이백 [플레이어언노운 프로덕션 제공]
그가 '프리페이스'와 '프롤로그'를 거쳐 최종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메타버스 '아르테미스'는 어떤 작품일까.
그린 창업자는 '아르테미스'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방대한 세계 속 각각의 장소가 웹페이지처럼 작동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의 기반이 된 정보 교환 프로토콜 'HTTP'처럼, 게임은 물론 진지한 비즈니스까지 할 수 있는 3D 기반 공간"이라며 "이런 비전이 성공하려면 특정한 기기나 플랫폼에 묶여서는 안 되고, 인터넷처럼 재단이 운영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이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린 창업자는 이런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그의 예전 직장인 크래프톤이 2022년 소수 지분 투자를 단행,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린 창업자는 "다음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자 주주인 크래프톤도 관심을 보였고, 이야기를 나눌 겸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한국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하는 대다수 벤처캐피털(VC)과 달리 5년, 10년 이상 긴 관점에서 내다볼 수 있는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하는 브렌든 그린 [촬영 김주환]
메타버스를 표방하며 나왔지만 요란한 마케팅에 그친 그간의 수많은 다른 프로젝트들과 달리, 그는 지속해 이용자와 소통하며 개발 진척 상황을 진솔하게 공유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메타버스와 자주 엮이곤 하는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기술이지만, 당장은 필요하지 않다"며 거리를 뒀다.
그린 창업자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예전부터 PUBG에 한국인들이 보여준 열정은 정말 대단했고,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디스코드 채널에서 우리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직접 보고 피드백을 남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ujuk@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