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릭스·에이비엘 빅딜 키워드 '올리고'
원료 제조사 에스티팜 반사이익 기대
글로벌 빅파마들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이하 올리고)' 기반의 RNA(리보핵산) 치료제에 눈독을 들이면서 관련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에스티팜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에스티팜은 '국내 1위'의 올리고 생산 능력을 보유한 곳이다. 이 회사는 올리고 수요 확산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생산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올리고'가 뜬다
올 들어 국내 바이오 기업이 빅파마와 체결한 굵직한 규모의 계약 2건을 꼽으라면 올릭스와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이전 건이다.
먼저 올릭스는 지난 2월 일라이릴리에 개발 중인 후보물질을 총 계약금 6억3000만달러(9000억원)에 이전했다. 이어 에이비엘바이오는 4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플랫폼(원천기술)을 이전했다. 특히 에이비엘바이오의 계약 규모는 지난 2020년 알테오젠과 머크의 4조7000억원대 기술이전 다음으로 역대 두번째로 큰 21억4010만파운드(4조1000억원)다.
두 기술이전 딜을 아우르는 공통 키워드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기반의 RNA 치료제'다. 올리고는 짧은 핵산 조각을 뜻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RNA의 기능을 억제하는 siRNA(짧은 간섭 RNA), ASO(안티센스 올리고) 등의 RNA 치료제 개발에 활용된다.
올릭스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MASH)를 치료하는 siRNA 후보물질을 일라이일리에 이전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GSK가 개발하는 siRNA, ASO 등의 RNA 치료제에 '그랩바디-B'라는 독자 플랫폼을 적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이전했다.
최근 빅파마들은 올리고 기반의 RNA 치료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현재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의 약 20%가 RNA 치료제로 구성돼 있다. 노바티스는 지난 10일 미국에 230억달러(32조원) 규모의 신규 공장 투자계획을 밝혔다. 여기에는 siRNA 생산 공장이 포함돼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올리고 기반의 RNA 치료제 개발을 확대하는 이유는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올리고 RNA 치료제는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생성을 원천 차단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강한 약효를 낼 수 있다. 노바티스의 siRNA 기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렉비오'는 임상에서 연간 2회 투여로 매일 복용하는 약물과 유사한 수준의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렉비오의 지난해 매출은 7억5400만달러(1조700억원)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준비된 에스티팜
글로벌 기업들의 RNA 치료제 개발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리고 원료를 생산 및 공급하는 에스티팜의 반사이익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에스티팜은 현재 국내 1위, 세계 3위 수준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능력인 6.4몰(mol)을 갖추고 있다. 몰은 분자의 개수를 나타내는 물질량 단위다.
에스티팜은 올해 올리고 사업 목표매출액을 전년 매출액 대비 42% 증가한 2500억원으로 설정했다. 연초 이후 다수의 올리고 공급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에스티팜은 미국의 한 바이오기업과 혈액암 치료제로 허가 받은 RNA 치료제의 원료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2750만달러(400억원)다. 이밖에 굵직한 원료공급 계약을 연달아 따내며 1분기 총 6510만달러(91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에스티팜으로부터 임상시료를 제공받고 있는 미국과 유럽계 바이오기업의 약물이 줄줄이 허가를 앞둔 상황도 회사의 미래 실적에 긍적적인 요소다. 만약 허가가 이뤄지면 원료 공급량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에스티팜은 원료를 공급하는 상업화 신약이 지난해 4개에서 올해 7개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에스티팜이 지난 2023년 경기 안산에 착공한 제2 올리고동이 올해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제2 올리고동이 완공되면 에스티팜의 올리고 생산능력은 14몰으로 현재 대비 두 배로 뛴다. 에스티팜은 올해 3분기부터 제2 올리고동을 통해 올리고 임상시료를 생산하고 4분기 대량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스티팜은 선제적 생산시설 투자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 물량이 증가하면서 꾸준한 실적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한다"며 "고객사들의 유망한 임상 결과 발표, 신제품 출시 및 기존 제품의 매출 증가로 에스티팜의 원료 공급량은 지속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유전자치료제 개발사 관계자는 "미국의 siRNA 치료제 개발사인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의 시가총액은 약 40조원으로 mRNA(메신저리보핵산) 개발사인 모더나의 3배"라며 "같은 RNA 치료제지만 올리고 기반의 치료제가 더 주목받고 있다. 이를 따라 원료의약품 수요도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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