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첫 일정은 AI 반도체 기업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 AI’를 방문해 백준호 대표와 NPU칩(인공지능 칩)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4일 “인공지능(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며 “AI 세계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고 했다. 지난 10~11일 이틀에 걸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 전 대표는 12일엔 경북 안동을 찾아 부모 선영(先塋)을 참배한 데 이어 이날 AI 정책 밑그림을 발표하고, 첫 공개 일정으로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을 찾았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대선 주자가 경선 첫 메시지로 산업 분야 비전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재정 투입 약속뿐 아니라 현재 논의 중인 반도체 특별법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 등 산업계가 시급하게 여기는 현안에 대한 전향적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정인성
이 전 대표는 이날 AI 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 등에서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되어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증액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AI는 동시대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며 “대한민국은 이제 추격 국가가 아니라 선도 국가여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제시한 100조원 규모 투자와 관련해 캠프 관계자는 “민간 자본을 유치하되 국가 예산도 투입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자본이 아직 부족한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이재명 캠프는 보다 자세한 정책 공약은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국가 주도 AI 발전 방안도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유명무실했던 대통령 직속 기구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내실 있게 강화하겠다”며 “기술자, 연구자, 투자 기업과 정부의 협력을 대통령이 직접 살피는 중심 기구로 재편하겠다”고 했다.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작년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했는데, 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AI 핵심 자산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최소 5만개 이상 확보하고, 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을 적극 지원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며 “기업의 R&D 지원을 위한 공공 데이터도 민간에 적극 개방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인재 육성과 관련해서는 “지역별 거점 대학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하고, 석박사급 전문 인재를 더 양성하겠다”며 “AI 분야 우수 인재의 병역 특례를 확대해 과학기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불필요한 규제에 시달리지 않도록 AI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고, AI 산업 생태계 조성 관련법을 정비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모든 국민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 이른바 ‘한국형 챗GPT’ 추진을 공약하면서 “전 국민이 사용하게 된다면 순식간에 수많은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발표한 정책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이 전 대표와 민주당이 그간 보여온 기조와는 일부 모순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AI,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 전 대표는 탈원전 행보를 일관되게 지속해 왔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AI 시대는 피나는 구조 개혁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장밋빛 미래만 외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이 전 대표는 NPU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칩 개발에 꼭 필요한 ‘52시간 특례’는 반대한다. 개발하고 싶어도 못하게 해놓고 어떻게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냐”고 했다.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넣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 등 경쟁국들이 핵심 R&D 인력에 대해 무제한 근무를 허용하는 만큼,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입법을 통한 52시간제 적용 예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도체 특별법은 이러한 내용을 둘러싼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의 이견 때문에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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