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한국지도 반출 위기] ① 세계 유일 분단국가 보안 특성 무시…블러처리 요청하자 좌푯값 요구
[편집자주] '고산자' 김정호가 한국 팔도를 누비며 세밀한 국토 정보를 담은 '대동여지도'를 만든 지 164년. 한국의 지도가 해외에 반출될 위기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국은 안보를 이유로 고정밀 지도데이터 해외 반출을 막아왔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은 트럼프 행정부까지 등에 업고 지도데이터 반출을 압박하고 나섰다. 구글이 한국 지도에 집착하는 이유와 지도 생태계를 돌아본다.
구글맵으로 검색한 군사 기지와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 합참의장 공관도 함꼐 나온다. 그 근처에 대통령 한남동 관저가 있다./사진=구글맵
#최근 탄핵 국면 속 대통령 관저 인근에 몰려들었던 시위대가 구글맵을 참고했다. 대통령 관저가 직접 검색되진 않지만 근처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 합동참모의장 공관, 국방장관 공관 등이 줄줄이 검색돼 찾기가 수월해서다. 공군1전투비행단 등 군사기지도 예외는 없었다. 모두 국가보안시설이라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 티맵 등 국내 지도앱에선 표시하지 않는 곳들이다.
14일 구글 맵에 '대통령' 석자를 입력하자 서울 용산에 위치한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등장한다. 2021년 국방부가 구글어스에 주요 안보시설 블러처리를 요청했지만 구글은 오히려 이를 조건으로 정확한 좌푯값을 요구했다. 정부가 데이터의 해외유출이 없도록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조건으로 지도 반출 허용의사도 비쳤지만 구글은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다.
구글은 최근 한국에 1대 5000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다시 요구했다. 2007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9년에 한번씩 구글은 매번 전략을 달리해 국내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구하는데, 이번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를 등에 업었다.
구글이 요구하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센티미터(㎝) 수준의 정밀도를 갖춘 데이터로, 골목길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위성지도 '구글 어스'를 보유한 구글이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까지 확보하면 국내 안보시설은 정밀 타격이 가능한 수준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국은 국가 보안을 이유로 미터(m) 단위급인 1대 2만5000 축척 지도의 해외 반출만 허용한다.
구글어스에 정확하게 찍히는 대한민국 대통령실./사진=구글어스
구글은 해당 데이터를 통해 구글맵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구글이 한국 지리 데이터를 기초로 한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등 관련 기술과 지도 연계 공간정보산업에 관심이 더 크다고 본다. 업계도 수조원 세금을 쏟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공짜'로 가져가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반발한다. 구글은 국내에서 유튜브, 구글 검색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은 망 사용료 0원, 법인세 100억원대 등 거의 내지 않기 때문이다.
지도 반출 허용에 반대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찬성 의견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이 지도로, 한국 여행의 심리적 장애물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도 반출은 안보의 문제를 제외하고도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관광객 증가 효과보다 지도 연계 관광 플랫폼의 몰락, 나아가 미래 먹거리인 공간정보산업까지 글로벌 기업이 독식할 수 있어서다. 결국 안보는 물론 국내산업과 미래 먹거리가 직격탄을 맞을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국토부 주관 협의체에서 관계부처들이 함께 안보산업까지 고려해 국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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