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넷플릭스가 '장르물 맛집'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흥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최근 공개되는 다수의 히트작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이다. '중증외상센터', 'D.P.', '스위트홈', '마스크걸', '좋아하면 울리는'까지 원작 웹툰의 탄탄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들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으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이 흐름에 힘을 보태며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 바로 지난 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이다. '악연'은 공개 직후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고, 불과 3일 만에 글로벌 비영어권 시리즈 TOP 10에서 5위를 기록하며 단숨에 전 세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청수는 3일 만에 360만에 달하며, 37개국에서 TOP 10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웹툰 원작 강점 살린 시나리오…"복선은 결국 돌아온다"
'악연'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잘 짜인 시나리오 구조다. 총 6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6명의 주요 인물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어낸 구성은 극 초반 옴니버스 형식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며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주연(공승연)의 서사가 후반 중심부에 등장하며 그동안 흩어졌던 인물들의 관계가 '악연'이라는 키워드 아래 하나로 꿰어진다. 관련 없어 보이던 인물들이 사실은 서로 얽히고설킨 과거를 공유하고 있다는 설정은, 다시 처음부터 되짚어보고 싶게 만드는 'N차 관람' 욕구를 자극한다.
상훈(이광수)을 따라다니던 수상한 인물들, 목격자인 범준(박해수)의 알 수 없는 언행, 그리고 재영(이희준)이 아버지에게서 훔친 시계 등 초반에 깔아둔 복선들이 후반에 가서 힘을 발휘한다. 이와 함께 복수를 품은 주연과 그 복수를 묵묵히 지지하는 정민(김남길)의 서사는 작품의 감정선을 더욱 진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호연이 완성한 '악연 유니버스'
짧은 회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 '악연'은 자칫 산만할 수 있는 흐름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로 붙잡는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각자 맡은 캐릭터에 깊이를 부여하며 앙상블의 힘을 보여준다.
'악역 전문'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이희준은 박재영 역을 맡아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잔혹한 선택을 해나가며 관객에게 싸한 몰입감을 전한다.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또 다른 변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인다. 박해수는 김범준 역을 통해 전형적이지 않은 악인을 그려냈다.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후반부로 흐르는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 과정은 설득력 있게 그려졌고, 후반부 그의 광기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한층 짙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지질한 불륜남 상훈 역의 이광수, 다정한 애인인 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악인이었던 이유정은 연기한 공승연, 현실적인 복수심과 고뇌에 찬 연기를 보여준 주연 역의 신민아, 조선족 말투를 이질감 없이 연기한 길룡 역의 김성균 등이 호연을 펼쳤고, 김남길과 조진웅의 특별출연 역시 작품에 무게감을 더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악연'은 각 에피소드마다 예측을 비껴가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청자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검사외전', '리멤버'를 통해 개성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 이일형 감독은 첫 시리즈 연출작인 '악연'에서도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넷플릭스는 웹툰 원작 드라마 계보에 또 하나의 강렬한 이름을 새겼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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