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부산오픈챌린저를 통해 올해 들어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등장한다.
21세 때 호주오픈 4강에 오르며 한국 테니스의 히어로가 되었던 정현이 오랜만에 한국 무대에 선다. 부산오픈챌린저 주최측으로부터 와일드카드를 받은 정현은 12일 발표된 대진 결과 1회전에서 전 세계랭킹 37위의 에밀 루수부오리(핀란드)와 대결한다.
정현은 올시즌 들어 ITF 대회에서 3번 우승하며 예전 보다 경기력과 체력이 많이 올라온 상태여서 이번 대회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높은 상태다.
2017년 넥젠파이널스 우승에 이어 2018년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이룰 때까지만 하더라도 정현은 한국을 넘어 전세계 테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톱 레벨 선수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신체가 재능을 따라가지 못했다. 발바닥과 발목(2018), 허리(2020) 등 정현의 이후 커리어는 부상과 재활을 반복했으며 어느덧 20대 후반의 베테랑 선수가 되고 말았다.
정현의 복귀는 언제나 큰 관심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반 분위기는 지난 몇 년과는 다르다. 최하위 등급이지만 ITF 월드투어에서 벌써 세 차례 우승하며 가장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발리대회(M25)와 일본 니시-도쿄대회(M15), 쓰쿠바대회(M15)를 연이어 제패하며 ITF 월드투어 레벨은 이제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한 급수 위인 ATP 챌린저에서 본인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정현이다.
부산오픈 출전은 이번이 여덟번째다. 10년 전인 2015년, 정현은 이 대회 챔피언이었다.
한편 정현의 1회전 상대인 에밀 루수부오리는 올해 25세로 현재 랭킹은 세계 226위(2025년 4월 7일)다. 하지만 2023년 4월에는 세계 37위까지 올랐던 투어급 선수였다.
루수부오리는 2024년 9월 자신의 SNS에 “제 자신의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이번 시즌 남은 기간 동안 테니스에서 잠시 떠나있기로 했습니다”라며 투어를 떠났다. 직후 4개월 반은 아예 자신의 라켓을 집 창고에 두고 꺼내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올해 2월 스페인 테네리페섬에서 열린 ATP 챌린저를 통해 6개월만에 복귀했다.
그는 투어를 떠나있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고국인 핀란드에서 그의 가족, 친구와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한 번은 여자친구와 핀란드 북쪽 래프랜드지역에 휴가를 갔는데 그는 “평화롭고 한적한 그곳에서 낚시도 하고 산책도 했는데 평소 사람들이 사는 곳과는 다른 환경이었다”라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투어에 복귀하며 “다시 이전과 같은 몸을 만들고, 이를 위한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기 루틴도 다시 복구시켜야 하고 몸도 정상궤도로 올려야 한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정말 많다”면서 “게임 자체를 즐기겠다. 복귀하면서 가장 큰 목표로 잡은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본격적인 투어 무대 복귀 중인 루수부오리와 10년 전의 좋은 추억을 되살리려는 정현 중에 누가 부산오픈에서 웃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부산오픈챌린저 단식 본선 대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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