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캄보디아 이어 네 번째 사망 사례
WHO, 국제사회에 바이러스 정보 공유 요청
닭장 속의 닭들. 지난 세기 동안 밀집 사육을 하는 산업적 양계업이 퍼지면서 닭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도 빨라진 것으로 밝혀졌다./pixabay
멕시코에서 고병원성(H5N1)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3세 아이가 호흡기 합병증으로 숨졌다.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올해 초 미국에서 첫 환자가 나온 후 캄보디아인 2명에 이어 네 번째다.
9일(현지 시각) 멕시코 보건부에 따르면, 숨진 아동은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호흡기 질환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이후 호흡부전·신부전·간부전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몸의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역학조사 결과 이 아동과 밀접 접촉했던 38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아동이 생활하던 지역의 야생 조류를 대상으로 감염 경로 추적에 나섰다.
최근 미국·멕시코를 중심으로 가금류와 야생 조류에 퍼진 H5N1 바이러스가 사람까지 옮겨가면서 전 세계 공포가 커지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H5N1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종으로,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디아제(NA) 단백질이 각각 5형, 1형이어서 H5N1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HA는 바이러스가 사람 호흡기 세포에 달라붙는 열쇠 역할을 하며, NA는 증식 후 세포를 뚫고 나오게 해준다.
H5N1이 인체에 감염될 경우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H5N1 감염 시 치명률은 50%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조류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며, 사람 간 전파는 드문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 사례는 총 4건이다. 지난 1월 미국에서 65세 환자가 H5N1 감염 후 숨졌다. 이 환자는 뒷마당의 닭과 야생 조류에 노출된 뒤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월에는 캄보디아에서 사망 사례가 추가로 보고됐다. 당시 닭 15마리가 죽어있던 닭장 근처에서 잠을 자던 아동을 비롯해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미국에서 70여건의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사례를 확인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과소 집계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멕시코·미국 국경 일대에서 철새 이동과 가금류 사육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감염 확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가 지난 2009년 H1N1 ‘신종플루’ 대유행의 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 커졌다. 당시 전 세계에서 14억명 이상이 신종플루에 걸렸다. 당시 유행했던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돼지와 조류, 인간에서 유래한 유전자들이 섞인 변이 바이러스로, ‘돼지 독감’으로 불리기도 했다.
WHO는 H5N1형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간 사례는 계속 나오지만 아직 사람 사이에 유행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WHO는 각국 정부에 동물과 사람의 감염 감시를 강화하고, 바이러스 시료와 유전자 해독 정보를 국제 사회와 공유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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