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과 두 차례 회동… 개헌 공감대 형성
이재명 "4년 중임제 필요한 것 아니냐"
지도부 "정국 블랙홀 될 것" 강하게 반발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3일 제주특별자치도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7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제주=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4년 중임제 정도는 필요한 것 아니냐"며 권력구조 개헌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특별 담화' 발표에 앞서 두 사람은 두차례나 비공개 회동을 갖고 개헌 내용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 의장은 지난 6일 6·3 대선에서 개헌 동시투표에 나서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개헌 의지는 '개헌 블랙홀'을 우려한 민주당 지도부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대선 전 권력구조 개헌에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개헌 정국을 일단락지었다. 대선 전 개헌 반대를 외치는 강성 지지층들의 반발도 이 대표의 '유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 의장이 대선과 개헌 동시 투표를 제안한 '개헌 특별 담화'를 발표하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강성 지지층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개헌 찬반 입장을 묻는 문자폭탄을 수천통 쏟아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개헌 수괴" 등 우 의장을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보조를 맞췄다. 개헌 이슈가 대선 정국을 집어삼키면 이재명 우위의 대선 판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에서 시기상조론을 내세운 것이다.
우 의장은 "민주당 지도부와 여러 차례 논의했고, 개헌안을 서로 공유하고 제안했다"고 강조했지만, 당장 이 대표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으면서 혼선은 커졌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그 지도부가 누구냐", "의장놀이 말라"며 우 의장을 강도 높게 몰아세우기도 했다. '개헌 폭탄'이 터진 다음날 민주당 지도부 의원들은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시작과 동시에 이 대표를 향해 우 의장과 교감 여부를 두고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자 이 대표는 "4년 중임제 정도는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우 의장의 개헌안에 공감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 의장과의 논의 내용을 사전에 공유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로 의원들을 달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대표는 우 의장과 최근 두 차례 만나 개헌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지도부와 사전 교감에 나섰다는 우 의장의 발언이 거짓이 아녔던 셈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권력 구조 개헌 의지는 지도부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가로막혔다. 이 대표의 '깜짝 발언' 이후 공개 회의로 전환되기 전까지 최고위에선 45분간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지도부 의원들은 "권력구조 개헌 논의는 정국을 블랙홀로 빠뜨릴 수 있다", "개헌 협의는 내란에 동조한 국민의힘을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회의 말미 김병주 최고위원은 "만약 개헌을 해야 한다면,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계엄의 요건을 강화하는 개헌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결국,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 직후 공개 발언에서 "4년 연임제 등은 실제 결과를 못 내면서 논쟁만 격화되는 어쩌면 국론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5·18 정신과 계엄 요건 강화는 국민투표법이 개정되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수준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8일 통화에서 "이 대표가 누구를 만나는지까지 우리가 세세하게 알진 못한다"라며 "아무리 우 의장과 공감대가 있었다 하더라도, 우 의장이 발표한 타이밍과 방식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역시 개헌 의지를 피력했던 만큼, 여야 협상에 따라 권력구조를 뺀 '스몰딜 개헌' 수준에서 대선 동시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는 대선 때 개헌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없는 부분이 있지만,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