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보안 솔루션 기업 지슨 한동진 대표 인터뷰

한동진 지슨 대표가 자사가 독자 개발한 상시형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Alpha-C)과 상시형 무선도청 탐지 시스템(Alpha-S/I)을 소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사상 초유의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는 기존 보안 상식을 뿌리째 뒤흔드는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망 분리가 철저히 돼 있는 데이터센터나 서버룸은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망 분리 시스템에 대한 '막연한 신뢰'는 처참히 깨졌다. 폐쇄망·분리망이라는 이유로 평소 보안을 등한시한 틈을 타, 해커는 소프트웨어 백도어를 통해 내부 시스템에 침투했다. 민감한 내부 정보의 유출 우려에 이어 통신 기반시설의 안전 위협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백도어 공격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는 25년째 보안 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동진 지슨 대표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진단과 교훈, 나아가 지슨의 보안 기술 경쟁력과 코스닥 이전상장 이후의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SK텔레콤 해킹 사태 어떻게 바라보나.

▷이번 사건은 폐쇄망이 안전하다는 기존의 믿음을 완전히 깼다. 그동안 내부망은 보안에서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졌지만, 사실상 더 위험한 곳일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외부망 대비 보안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해커 입장에서는 일단 내부망 접근만 성공하면 방어체계가 상대적으로 약해 뚫기가 쉽다.

이번에는 소프트웨어 백도어가 활용됐지만, 더 무서운 것은 사실 '하드웨어 백도어'다. 하드웨어 백도어는 설치 이후 흔적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다. 실제로 2022년 4월 육군 대위가 북한 지시에 따라 포이즌탭이라는 장비를 통해 KJCCS(합동지휘통제체계) 내부망에 침투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폐쇄망 내부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해킹 트렌드는 이 같은 백도어 기반의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보안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외부 위협을 차단하는 방어 중심이 아니라 내부에 이미 침투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빠르게 감지하고 대응하는 '능동형 보안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제는 백도어가 공격의 시작점이라는 점을 전제로 보안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지슨은 어떤 회사인가.

▷2000년 설립된 첨단 보안 솔루션 기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청·해킹·도촬 등 3대 특수보안 영역을 모두 다루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파 분석, 네트워크 기술까지 아우르는 핵심 보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사업 분야는 △도청 보안 △무선 백도어 해킹 보안 △불법 촬영 보안 등이다. 특수 보안 시장에서 공공 부문 점유율 1위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대통령실, 국회, 국방부, 주요 금융기관 등 국내 고객은 물론이고 미국 등 외국 정부까지 포함하면 국내외 클라이언트는 400곳이 넘는다.

―주력 제품과 솔루션을 소개해달라.

▷주력 제품은 '스마트 무선도청 상시방어 시스템(Alpha-I)' '무선 백도어 해킹 탐지 시스템(Alpha-H)' '상시형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Alpha-C)' 등 크게 세 가지다. 무선도청과 무선 백도어 해킹 보안 분야에서 자체 원천 특허에 기반한 독보적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해당 기술 특성상 국방 분야는 물론이고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무선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 경쟁력이다.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사실 주력 제품 모두 제품별 특성에 따른 시장 니즈가 항상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특정 보안 사고가 터지면 해당 보안 솔루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갑자기 커지기도 한다.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내부망 보안이 화두가 되면서 무선 백도어 해킹 탐지 시스템(Alpha-H)이 시장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서버룸, 데이터센터처럼 분리된 공간 내 무선 주파수 이상 신호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스파이칩을 찾아낸다. 국내에서 이 같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기업은 지슨이 유일하다. 국세청을 비롯해 신한·우리·국민은행 등이 지슨의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도청장치도 탐지한다던데.

▷도청장치의 성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좋아지는데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있어 특수 장비가 아니고서는 초소형·위장형 도청기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5㎜ 정도로 은닉하기 용이한 극소형 도청 부품이 들어간 사무용 볼펜이나 USB는 이제 흔한 시대가 됐다. '스마트 무선도청 상시방어 시스템(Alpha-I)'은 24시간 상시적으로 불법 또는 이상 신호를 탐지하는 기술을 갖춰 아무리 작은 도청장치라도 찾아낸다. 여성 화장실에 불법촬영 장치를 설치해 적발되는 뉴스가 종종 나오는데 지슨의 몰카 탐지 시스템(Alpha-C)은 미세한 열원으로 이 같은 도촬 장치를 탐지한다. 제품이 출시된 2021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실적은.

▷지난해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슨은 국내 시장 확대와 수출 다변화로 선방했다. 2025년 1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무선 백도어 해킹 방지 제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성장했고, 불법촬영 보안 장비 관련 매출도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수출 역시 중동·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3년 연속 연평균 40% 이상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에서 코스닥 기술특례 이전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앞서 2023년 1월 중소기업 전용 증권시장인 코넥스에 상장했는데 코스닥 이전상장은 올여름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키움제8호스팩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K보안'을 대표하는 글로벌 보안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차세대 보안 사업 분야는.

▷지슨의 이목은 '자동차 보안'에 향해 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량 내부 보안과 자율주행 보안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고자 세심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는 AI와 자율주행 기술의 접목으로 이동하는 사무실이자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사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 같은 발전 과정에서 '보안'은 필수다. 예컨대 VIP 의전 차량에서 이뤄지는 대화, 그리고 차량의 위치 정보 등이 허술한 보안으로 새어 나간다면 미래형 자동차를 온전히 즐길 수 없다. 지슨은 차량용 도청 방지 시스템(Alpha-V)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차량에 맞춰 소형화한 도청 방지 시스템이다. 현재 요소 기술 개발 및 특허 출원은 완료된 상태이며, 정부기관·대기업 등의 임원급 렌터카에 옵션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보안 인프라 사업도 이미 시작했다. 단순히 자동차 내부 보안에 그치지 않고, 차량과 도로 인프라 간 통신 보안을 책임지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국토부·경찰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요 정부 기관과 함께 자율주행 Lv4를 목표로 한 데이터 표준화 및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로 위 자율주행차가 신호 변화나 장애물 등을 미리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센서와 AI 기반 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슨이 참여 중인 자율주행 순찰 시스템 개발 과제의 경우 2026년까지 실제 도로 환경에서 운행 가능한 자율주행 순찰차와 인도에서 운용 가능한 소형 자율주행 순찰로봇의 시제품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안 솔루션 공급자로서 지슨이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지슨의 지향점은.

▷지슨의 사명은 '도청이나 해킹, 몰카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창출한다'이다. 2000년 창업한 이래 매일같이 사명을 되뇌며 세상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앞으로도 지슨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을 먼저 감지하는, '보안과 안전의 기준'을 새로 정립하는 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아울러 영문 사명 'GITSN(Global Intelligence Technology Solution Network)'에서 엿볼 수 있듯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넘어 해외 보안 시장에서도 명확한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보안 기술 기업으로의 도약을 지향한다.

[김대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