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석학에게 듣는다]"헌법 개정해 유사 사태 더이상 없어야"
"이재명 등 대선주자 개헌 천명 필요…광복으로 미래 비전 그려야"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8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통합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데 대해 "국민들에게 개헌을 통해 탄핵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부여되고 국회와 행정부 권력이 서로 대립한 상황을 맞아 탄핵을 겪으면서 결국 개헌이 뜨거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교수는 또 탄핵 정국 속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심화한 데 대해 "분열을 극복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화두를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치력 또는 사회의 공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광복 80주년을 통해 제2의 광복이 미래를 위한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전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지적했던 한 교수는 파면 이후 상황에 대해 "이른바 평민 신분으로 돌아간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검경이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다음은 한 교수와 일문일답.
윤석열 전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평민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제 (명태균 의혹 등)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도 평민과 똑같은 상태로 이뤄진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과 부인 문제를 과연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하나의 중요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그 가족에 관계되는 사법 처리도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 국면이 오면 사람들의 관심은 대선으로 이동하겠지만 그렇게 순조롭게 될지 모르겠다. 큰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문제가 제기되는 배경에 가장 기본이 되는 헌법 질서에 뭔가 미비점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 이런 반성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부여되고 국회와 행정부 권력이 서로 대립할 경우에 그것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현재 없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국면으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이번 탄핵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었고 어떻게 큰 벽을 넘었느냐는 게 결국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개헌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어떤 방향으로 개헌을 하겠다고 천명하고 시간을 정한다면 국민들에게 뼈아픈 (대통령 탄핵의) 경험 극복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어느 한쪽에서 외면한다든지, 개헌을 둘러싼 잡음이 커진다면 탄핵에 관한 분열이 더 깊어져 미래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내 생각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을 안 할 거 같다. 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차려진 밥상이고 현상만 잘 관리하면 되는데 왜 개헌을 하겠나. 차라리 이렇게 되면 개헌이라는 아젠다가 정치권 위로 올라와 버려서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결국 따져보면 이재명 대표가 아마도 대선 후보로 나올 것이다. 지금 이 대표는 압도적인 의회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데 압도적인 대통령 권력까지 갖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크다. 현재 이 불안감을 그대로 가지고 대선으로 넘어갈 때 대선 과정 자체가 과연 순조롭게 이뤄지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개헌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훨씬 낫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사회 통합으로 가려고 하면 사람들 마음이 어딘가로 모아져야 하는데 이번에 헌법을 확실히 개정해서 유사한 사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하게 넘어가야 한다. 그렇게 하자는 국민적인 동의를 끌어내는 계기가 된다면 현재 어려운 상황에 탈출구가 열리는 것이다.
사회 통합을 하려면 정치적으로 분열된 사람들 마음속에서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서 그것을 개념화하고 전파해서 뭔가 스스로 긍지를 느끼고 상처를 치유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다.
대선을 치른다고 국민들이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후유증으로부터 금방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8·15행사를 앞두고 도대체 광복이라고 하는 게 무엇인가를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만들고 토론할 수 있다.
2005년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에 제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있을 때 광복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일 년 동안 일을 하면서 관심을 가졌던 게 도대체 광복이라고 하는 게 과연 뭐냐는 것이었다. 많은 역사학자를 만나고 같이 얘기를 해봤지만 대부분 '광복은 그냥 독립운동'이라는 것이다. 광복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말할 때는 '제2의 광복'이라는 말을 쓴다. 그 얘기는 광복이 완성이 안 됐다는 뜻이다. 완성되지 않는 광복을 어떻게 완성할 것이냐가 사실 미래와 연루된 것이다.
광복하면 백범 김구 선생을 떠올릴 수 있다. 김구 선생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경제적 부국이 아니고 정치적·경제적·군사적 강국도 아니고 오직 우리의 고유문화가 우리로부터 나와 이것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문화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타고 BTS 등 케이팝(K-POP)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김구 선생이 생각했던 문화 국가라는 개념에서 보는 우리의 미래가 오늘날 막 꽃피고 있다. 그 밑바닥에는 젊은 세대들이 있는 것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미래에 대한 큰 비전을 그려야 되고 비전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누구의 철학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고 외국에서 갖고 올 수 있는 건 더욱이 아니다. 우리 안에서 나와야 하는데 우리는 광복이라고 하는 큰 개념을 가지고 있다.
광복을 실현하기 위해서 세계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국가로 우리가 도약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돌아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이벤트로 삼아 생각해 볼 수 있다. 분열된 국가를 넘어서 광복이라고 하는 새로운 화두를 향해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국가가 되자는 꿈을 우리가 스스로 발굴하고 번창시키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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