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 AI 및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로 핵융합에너지 실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탈탄소 시대와 청정에너지 수요 증가는 핵융합을 더는 미래 기술이 아닌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로 부상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핵융합 연구·개발(R&D)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민간 기업 중심의 연구와 공공·민간 협력모델을, 중국과 유럽은 정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를, 일본은 스타트업과 산업체 간 협력을 통한 산업화를 촉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핵융합 실험장치 ‘KSTAR’를 바탕으로 1억도 플라즈마 48초 운전에 성공하는 등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나 R&D예산과 정책 지원, 민간 협력 및 전문인력 양성 확대 등 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핵융합에너지 조기 실현을 위해선 다음과 같은 핵심 기술 혁신이 필수적이다.
첫째, 고온초전도기술은 장치의 소형화와 고밀도 운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현재 초전도자석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통해 더 경제적인 장치설계가 가능해진다.
둘째, 첨단 AI 및 디지털트윈 기반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KSTAR에 이를 적용하면 실험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실시간 제어와 예측 기능을 통해 더 안정적인 핵융합 실험이 가능해진다.
셋째, 극한 환경 대응 재료기술과 디버터기술은 핵융합 실현의 핵심이다. 초고온 플라즈마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재료와 방사선 환경에서도 안정적 성능을 유지할 내구성이 확보돼야 한다. 디버터는 핵융합로에서 플라즈마의 열을 견디고 불순물을 배출하는 핵심 장치로, 현재 ITER에서는 텅스텐 소재 디버터가 사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응해 KSTAR는 텅스텐 디버터를 설치하고 실험을 통해 내구성과 열용량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이는 향후 실증로 및 상용로 디버터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술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으며 더 우수한 열분산 성능과 내방사선성을 갖춘 소재와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대학·산업체와 협력해 신소재의 내열성·내방사선성을 개선하고, 디지털트윈과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최적의 디버터 설계를 도출하는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디버터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핵융합로의 성능 향상을 넘어 핵융합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중요한 기술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핵융합에너지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에너지 돌파구 없이는 범용 AI에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핵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핵융합이 AI를 포함한 첨단 기술 발전에도 필수적인 에너지 해법임을 보여준다.
핵융합은 더는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정부는 ‘핵융합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을 통해 에너지안보와 탈탄소 시대 대응을 위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핵융합기술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민관 협력과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관건이다.
KSTAR의 성공이 ITER 개발을 견인했듯 AI기술과 디버터, 고온초전도 등 우리의 혁신 기술이 핵융합 실현을 앞당길 것이다. 지금은 혁신의 속도를 높일 때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