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적법 요건에 관해 살펴보겠다.
이 사건 계엄 선포가 사법 심사 대상이 되는지 보겠다.
고위공직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부터 헌법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심판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국회 법사위 조사 없이 이 사건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점에 대해 보겠다. 헌법은 국회의 소추 절차를 입법에 맡기고 있고, 국회법은 법사위 조사 여부를 국회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사위 조사가 없었다고 탄핵소추 의결이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탄핵소추안 의결이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해 보겠다. 국회법은 부결된 안건을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청구인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이 제418회 정기회 회기에 투표 불성립됐지만 이 사건 탄핵소추안은 제419회 임시회 회기 중에 발의됐으므로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한편 이에 대해서는 다른 회기에도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재판관의 보충 의견이 있다.
이 사건 계엄이 단시간에 해제됐고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보호이익이 흠결됐는지 여부에 대해 보겠다. 이 사건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이 사건 탄핵 사유는 이미 발생했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소추의결서에서 내란죄 등 형법 위반 행위로 구성했던 것을 탄핵심판 청구 이후에 헌법 위반 행위로 포섭해 주장한 점에 보겠다. 기본적 사실 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법조문을 철회, 변경하는 것은 소추 사유의 철회, 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 피청구인은 소추 사유에 내란죄 관련 부분이 없었다면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가정적 주장에 불과하며,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없다.
대통령의 지위를 탈취하기 위해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보겠다. 이 사건 탄핵 소추안의 의결 과정이 적법하고 피소추자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일정 수준 이상 소명됐으므로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탄핵심판 청구는 적법하다. 한편 증거법칙과 관련해 탄핵심판 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는 재판관의 보충 의견과 탄핵심판 절차에서 앞으로는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피청구인이 집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해 보겠다.
우선 소추 사유별로 살펴보겠다.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해 보겠다. 헌법 및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 중 하나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청구인은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의 이례적인 탄핵소추 추진, 일방적인 입법권 행사 및 예산 삭감 시도 등의 전횡으로 인해 이와 같은 중대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피청구인의 취임 후 계엄 선포까지 국회는 행안부 장관, 검사, 방통위 위원장, 감사원장 등에 대해 총 22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는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의 위헌 위법성에 대해 숙고하지 않은 채 법 위반의 의욕에만 근거해 탄핵심판 제도를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계엄 선포 당시 검사 1인 및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만이 진행 중이었다. 피청구인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법률안들은 피청구인이 재의를 요구하거나 공포를 보류해 그 효력이 발생되지 않은 상태였다. 2025년 예산안은 2024년 예산을 집행하고 있었던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위 예산안에 대해 국회 예결특위 의결이 있었을 뿐 본회의 의결이 있던 것도 아니다. 따라서 국회의 탄핵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의 권한 행사가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 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 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 요구 등 평상시 권력 행사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 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
피청구인은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어떠한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수는 없다. 또한 중앙선관위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 취약점에 대해 대부분 조치했다고 발표했으며, 사전 우편, 투표함, 보관 장소 CCTV 영상을 24시간 공개하고 개표 과정에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피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청구인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 상황이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 헌법과 계엄법은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으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와 목적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 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 제도적, 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계엄이 야당의 전횡과 국정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다. 또한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으므로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피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계엄 선포는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을 위반한 것이다.
이 사건 계엄 선포가 절차적 요건을 준수했는지에 관해 보겠다. 계엄 선포 및 계엄사령관 임명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에 국무총리 및 9명의 국무위원에게 계엄 선포의 취지를 간략히 설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계엄사령관 등 이 사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고,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에 관해 보겠다. 피청구인은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에 군대를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군인들은 헬기 등을 이용해 국회, 경내로 진입했고, 일부는 유리창을 깨고 본관 내부로 들어가기도 했다. 피청구인은 육군, 특수전 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 또한 피청구인은 경찰 청장에게 계엄사령관을 통해 이 사건 포고령의 내용을 알려주고 직접 여섯 차례 전화를 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청장은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국회로 모이고 있던 국회의원들 중 일부는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
한편 국방부장관은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국군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피청구인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고, 국군방첩사령관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 사람들에 대한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 이와 같이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으므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
또한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함으로써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가 안전 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해 나라를 위해 봉사해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 통수 의무를 위반했다.
이 사건 포고령에 관해 보겠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해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정당 제도를 규정한 헌법 조항, 대의민주주의 권력 분리 원칙을 위반했다. 비상계엄 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의 행동권, 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해 보겠다. 피청구인은 병력을 동원해 선관위에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병력은 출입 통제를 하면서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전산 시스템을 촬영했다. 이는 선관위에 대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해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다.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해 보겠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피청구인은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행해진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했는데, 그 대상에는 퇴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전 대법원장, 전 대법관도 포함돼 있었다. 이는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함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해 보겠다. 피청구인은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한 후 군경을 투입시켜 국회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병력을 투입시켜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하도록 하는 등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했으며,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 이러한 행위는 법치국가 원리와 민주국가 원리의 기본 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 그 자체로 헌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 한편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다. 피청구인은 가장 신중히 행사돼야 할 권한인 국가 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야당이 주도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 소추로 인해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 행사가 탄핵심판 중 정지됐다.
2025년 예산안에 관해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피청구인이 수립한 주요 정책들은 야당의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고, 야당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피청구인의 재의 요구와 국회의 법률안 의결이 반복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돼가고 있다고 인식해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로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서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다.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 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되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피청구인 역시 국회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 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헌법이 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피청구인은 취임한 때로부터 2년 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 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연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 경제, 정치, 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소원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소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이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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