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8인 중 탄핵 인용 이탈표는?...기각·각하 의견 여부 ‘촉각’
최장 평의에...보수-진보 성향 재판관 이견 등 갖가지 뒷이야기 난무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결정의 날이 다가왔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4월4일 결정된다. 헌법재판소는 변론을 종결한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선고기일을 이처럼 지정했다. 헌정사상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최장 평의를 거친 결과다. 법조계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내란 사태로 심판정에 선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탄핵 인용 과정에서의 재판관 8인 중 이탈자 여부가 쟁점이다. 일부 재판관이 대통령 파면에 의구심을 드러냈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흘러나왔었다. 이 때문에 인용을 결정짓는 기준인 '재판관 6인'이 모여지지 않아 선고가 늦어졌다는 취지다. 이러한 설(說)이 현실화하면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 내란 사태로 형사재판에 서는 동시에 직무를 수행하는 유일무이한 행정부 수반으로 기록된다.
변론 종결 후 39일째 선고...역대 최장 평의
헌법재판소는 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청구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피청구인 윤 대통령 등에게 선고기일을 통지했다. 금요일인 4일 오전 11시 선고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25일 마지막 변론기일 이후 36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과거 대통령 탄핵심판과 비교하면 재판관들이 역대 최장으로 평의를 거친 결과다. 헌정사상 처음 탄핵소추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 종결을 기준으로 14일 만에, 최초로 탄핵안이 인용(파면)된 사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법조계는 이를 토대로 당초 '3월 선고설'을 관측해 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39일 만에 헌재의 결정문을 받게 됐다.
결과적으로 헌재는 예상을 깨고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직전 선고일을 잡았다. 오는 18일 퇴임을 앞둔 두 재판관의 후임자는 지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만큼 헌재로서는 최대 4월 중순 전에는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지어야 했다. 결국 헌재는 4월 첫 번째 주 금요일 선고를 공식화했다. 남은 관심사는 '만장일치 인용'이냐, 아니면 '재판관 8인(정원 9인 중 1인 공석) 중 3인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느냐로 모인다. 헌재가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을 결정짓는 날짜를 고지한 이날도 재판관들의 견해를 표결에 부치는 평결 절차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도 그럴 것이, 헌재 재판관들의 논의와 최종 결정은 '철통 보안' 속에 이뤄졌다. 재판관들이 변론 종결 직후부터 돌입한 숙의 과정 등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통상적인 절차인 재판관 평의도 마찬가지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인사를 포함한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재판관들이 증거를 보는 관점이나 판단 등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며 "이를 종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최종 결정문을 도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왔다. 연구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이 인용과 기각 등 결정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초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결정문을 만드는데, 이 역시 재판관들의 판단과 스타일 등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A씨는 이를 토대로 "전례를 보면 이미 최종 결정문은 시나리오별로 각각 만들어졌고 선고 직전 평결을 거쳐 어떠한 안을 선택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선고일보다 하루나 이틀 전 평결을 하게 되면 결정 내용이 흘러나갈 수 있기 때문인데, 헌재 심판정 바로 근처에 있는 재판관 회의실에서 선고 당일에야 마지막 평결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당일 이른 오전 평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결정문에는 재판관들의 선택에 따른 최종 결과와는 무관하게 소수 의견도 명시된다. 이 역시 최종 결정문에 이미 담겼다는 의미다.
'8대 0'부터 '5대 3' '4대 4' 등 각종 說 난무
헌법재판소의 이번 선택은 정국을 가르는 최대 변수다. 대한민국은 재판관 8인의 결정에 따라 '내란죄 재판을 받으면서 직무를 수행하는 대통령' 혹은 '내란죄로 파면된 대통령'을 가진 나라로 기록된다. 두 경우 모두 헌정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를 넘어 전세계가 헌재의 선택을 주목하는 배경이다. 현행법상 재판관 6인 이상의 의견이 있어야 탄핵안이 인용되는 만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김복형·김형두·이미선·정계선·정정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의 견해를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 때문인지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탄핵정국 초반 '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 인용'에 무게를 싣던 법조계에서조차 심리가 장기화하자 "일부 재판관이 탄핵인용에 의구심을 제기했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과 관련해 인용에 반대한 일부 재판관의 견해, 이들이 특정 성향임을 전제로 '4대 4(인용 대 인용 반대)'나 '5대 3'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B씨는 "현재로서는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알 일"이라면서도 "선고일 지정도 오래 걸렸다는 건 헌재 내부적으로 견해 충돌이 있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관들은 이미 인용 견해였지만 내란 부분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견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는 법조계 인사들의 설명도 여전히 존재한다.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문형배 소장대행은 선고 당일 사건번호와 사건명을 읽은 뒤 이유의 요지와 심리 결과인 주문 등을 읽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에는 탄핵심판의 절차적·실체적 쟁점 판단,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위헌·위법 여부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면 재판장이 주문을 읽은 후 최종 법정 의견과 나머지 의견을 각각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문과 다른 결론을 지지하거나(반대 의견), 주문과 결론은 같지만 세부 판단에 차이가 있는 경우(별개·보충 의견)다. 다만 이러한 순서는 재판부 재량에 따라 다르다.
헌재의 통지가 이뤄졌지만 윤 대통령의 출석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다. 실제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선고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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