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매각 주관사 선정…“상거래채권 신속 변제”
28일부터 결제 수단도 차단…셀러들, 횡령죄 고소
미지금된 정산금만 수백억…공정위, 최근 발란 보고 받아
[발란 제공]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내 1위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수백억원대 정산 지연 끝에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결제 서비스도 나흘째 중단하며 사실상 ‘폐업’ 상태다.
발란 측은 회생계획안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추진해 정산금을 지급하고 영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자본 잠식에 빠진 재무 상태를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발란, 법원에 회생신청…“추가 자금 확보 지연, 상거래채권 신속 변제”
최형록 대표이사는 31일 입장문을 통해 “올 1분기 내 계획했던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애초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지게 됐다”며 “파트너의 상거래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발란은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전 M&A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 중 매각 주관사도 선정한다. 최 대표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 외부 인수자를 유치해 향후 현금 흐름을 대폭 개선함으로써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조기에 인수자를 유치해 자금 유입을 앞당김으로써 파트너의 상거래채권도 신속하게 변제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회생은 채권자를 버리는 절차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라며 “이 절차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정산 안정화→관계 회복→플랫폼 정상화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결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발란은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에 “타 사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최 대표는 “발란은 일반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현재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도 발란의 월 거래액보다 적은 수준”이라며 “이미 3월부터는 쿠폰 및 각종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해 흑자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발란은 지난 28일 오후부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든 결제 수단을 차단한 상태다. 웹사이트는 정상적으로 가동되지만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시도하면 ‘현재 모든 결제 수단 이용이 불가하다. 이른 시일 내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 중’이라는 문구가 뜬다.
미정산 대금은 약 13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산일이 도래하지 않은 입점업체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수백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발란은 입점업체의 규모, 계약 시기에 따라 7일, 15일, 30일로 정산주기를 산정한다. 앞서 실리콘투로부터 선납입받은 투자금 75억원으로는 충당할 수 없는 규모다.
발란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상거래채권인 판매대금 정산은 어려워진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모든 채권들의 지급을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회생 개시일 20일 이내 발생한 공익채권은 자체적으로 지급이 가능하지만, 그밖의 회생채권은 법원 승인을 거쳐야 변제할 수 있다. 일부 셀러들은 최 대표를 사기 및 횡령죄로 고소한 상태다.
당국도 발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발란 측으로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아직 최 대표이사 등 경영진 출석 일정까지 조율하고 있지는 않으나 발란의 기업회생신청이 업계에 미칠 영향력을 살펴보고 있다.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황은 비슷하지만, 개별 소비자에게 수십~수백만 원 피해를 준 티메프와는 차이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명품 플랫폼 한계 봉착”…국내 명품 플랫폼 줄폐업
발란 미정산 사태에 대해 명품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품 소비 부진으로 명품 중심의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동력이 꺼졌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는 3630억 유로(약 538조원)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년 새 4곳의 명품 플랫폼이 폐업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랜드글로벌이 운영하던 명품플랫폼 ‘럭셔리 갤러리’가 문을 닫았고 ‘디코드’, ‘캐치패션’, ‘한스타일’도 사이트 폐쇄를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발란의 이번 위기는 최 대표의 경영 실패도 원인이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명품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도 연관돼 있다”며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업체에서도 명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어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쟁력도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발란은 이번 주도 재택근무를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26일 미정산 사태에 분노한 셀러들이 본사를 찾아와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것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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