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산청 이재민 ‘암담’
낙엽층 두꺼워 잔불정리 중
“농사짓는 일상 꿈도 못꿀 판”
잿더미가 된 보금자리 30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에서 산불 피해 주민들이 전소된 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산청=박영수, 의성=박천학 기자
“10일 동안 잠이 오지 않아 제대로 자지도 못했어요. 집이 불타 임시 주거시설에서 6개월 이상 살아야 한다는데 어떻게 생활하지 막막합니다.”
31일 경남 산청 산불 이재민 주거시설이 마련된 산청군 시천면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만난 백은조(82) 할아버지는 “중태마을에 사는데 산불로 집이 모두 타 몸만 빠져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할아버지는 “함께 대피한 집사람은 장애인인데 어떻게 할 수 없어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농사는 생각도 못 하겠고 언제 집에 돌아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입구에서 만난 중태마을 주민 김정대(83) 할아버지도 “집이 다 타고 감나무도 모두 타버려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집을 지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어떻게 되겠지”라며 허탈해했다. 이처럼 지난 21일 발생한 산청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마을 중 하나인 중태마을은 산불이 강풍으로 번지면서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여 집 15채, 창고 9동, 공장 1동이 불탔다.
산청 산불로 집이 전소해 귀가하지 못하고 있는 산청지역 이재민은 24가구 23명이다. 이들은 단성중 체육관과 동의보감촌 등에서 텐트생활을 하다 지난 30일 임시 주거시설로 지정된 한국선비문화연구원으로 왔다. 경남도는 이들 이재민이 빨리 마을로 돌아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전담공무원 배치하고 심리 회복지원, 주택 철거지원, 주택 건립 자금 간접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전날 산불 발생 10일 만에 주불을 잡은 산청 산불은 두꺼운 낙엽층에 남아 있는 불씨가 바람에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어 이날 뒷불 정리작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경남도와 산청군은 헬기 13대와 산불 진화 인력 602명, 진화차 등 장비 258대를 투입해 구곡산 주변과 하동군 옥종면에서 뒷불을 정리했다. 헬기는 수시로 물을 나르며 연기가 피어오른 곳에 물을 뿌렸고, 관음사∼내곡지구 및 덕산사∼내원마을에는 2개 진화조가 투입돼 재불을 감시하고 발생 시 신속 진화했다.
산림당국은 경북에서도 뒷불 정리에 집중하고 있다. 공무원, 진화대원, 소방대원, 군병력 등 2500여 명의 진화인력과 소방차 등 325대의 진화 장비를 투입해 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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