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정부·인텔·TSMC ‘첨예한 입장차’
인텔 파운드리 적자… 매각 검토
美정부, TSMC에 공장인수 논의
TSMC 美 신규투자로 여력없어
AMD·퀄컴 등에 공동인수 제안
대만계 영향력 줄어 美도 긍정적
기술유출등 셈법 복잡 무산설도
그래픽 = 권호영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대한 매각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특히 적자 상태에 빠져 독자 생존이 불투명한 사업부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대만의 TSMC가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업계 1위의 기술력과 인력 등을 보유한 만큼 실제 인수가 현실화한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 있다. 다만, 동시에 ‘이해득실’을 놓고 트럼프 정부·TSMC·인텔 간 첨예한 입장 차가 드러나면서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美와 관계개선 필요한 TSMC, 투자금은 부담 = 31일 관련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116억7800만 달러(약 17조12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TSMC에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최근 TSMC 관계자들과 만나 공장 인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반도체 제조의 상징 격인 인텔을 살리기 위해 TSMC를 압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TSMC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최근 미국에 1000억 달러(146조6400억 원)를 신규 투자해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추가 투자 여력이 어려운 상황이다. 독자 인수가 어려운 TSMC는 파트너 물색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AMD를 비롯해 브로드컴,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에 공동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로 합작 회사를 세워 인수에 나설 시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웨이저자(오른쪽) TSMC 회장이 지난 3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6조64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UPI연합뉴스
◇美 ‘제조업 경쟁력 부활 연장선… 대만 소유는 부담’ = 트럼프 정부가 인텔 파운드리 인수에 TSMC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이 업체의 기술력 때문이다. 실제 인수 과정에 참여한다면 미국은 반도체 공장 건설·운영 노하우를 비롯해 TSMC의 공정 관련 핵심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경쟁력 부활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컨소시엄 형태의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TSMC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등 반도체 업계에서 공고한 대만계 영향력을 위축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팻 겔싱어 전 인텔 CEO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TSMC의 1000억 달러 대미 투자 결정에 대해 “TSMC의 모든 연구·개발(R&D) 활동은 대만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이전하겠다는 발표는 하지 않았다”며 “미국에서 R&D를 하지 않으면 미국이 반도체 리더십을 가져올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무산 가능성도 ‘솔솔’… TSMC 이사회 멤버 “인수 고려한 적 없어”·립부 탄 신임 인텔 CEO “사업 분리계획 없다” = 최근 테크 업계 일각에서는 TSMC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가 최종적으로 무산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경쟁사 인수에 대한 반독점 이슈,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정책에 따른 엔지니어 재배치, 핵심 기술 유출 우려 등 문제가 맞물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대만 최대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 이사회 멤버이자 대만 국가 발전위원회 위원장인 폴 리우는 기자회견을 통해 “디젤과 휘발유처럼 함께 태우기 어려운 조합”이라며 “이사회에서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침몰 중인 인텔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된 립부 탄 신임 CEO도 파운드리 사업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계로 말레이시아 출생인 그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사회 멤버로 인텔에 몸담을 당시 겔싱어 CEO 등 경영진과 파운드리 사업 운영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로 마찰을 빚다 사임했다. 탄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인텔의 반도체 설계와 제조 부문을 분리할 계획이 없다”며 TSMC의 인수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텔은 미국과 전 세계 기술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회사를 성공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