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성과를 위한 보상 체계 필요성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사업보고서가 공개되면 각 CEO의 보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됩니다. 업종별 연봉 최고는 누구인지 등이 기사화됩니다.
예를 들어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해 30억8300만원의 보수를 받아 통신 3사 CEO 중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습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19억6900만원을 받아 이해진 창업자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넥써쓰(옛 액션스퀘어) CEO로 올해 취임한 장현국 전 위메이드 부회장은 지난해 107억여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장 전 부회장은 급여 10억원과 스톡옵션 행사이익 97억1600만원을 포함해 총 107억1800만원을 수령했습니다.
장현국 액션스퀘어 대표가 3월 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 후 열린 주주 간담회 자리에서 취임 후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액션스퀘어는 이날 주총에서 사명을 넥써쓰로 변경하고 장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하는 공직자 재산변동 사항도 관심을 모읍니다. 언론은 어느 장관의 재산이 가장 많은지, 가장 많이 증가한 공직자가 누구인지 보도합니다.
이를테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본인과 가족을 포함해 14억6509만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48억9371만5000원,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58억3817만원의 재산을 신고했습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건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이 205억3119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가장 부유한 인물이었습니다.
이건우 DGIST 총장.(사진=DGIST)
이러한 보도를 접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CEO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조직의 성패에 최종 책임을 지기 때문에 성과가 높다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조직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저도 이 점에는 동의합니다.
CEO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 성과가 향상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특히 유례없는 경기 침체 속에서 여전히 임금 협상을 마치지 못하고 지난해 연봉을 받는 근로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높은 연봉은 사회적인 위화감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최저임금만 받거나 무보수로 일하는 CEO들도 있습니다. 이는 주로 주주들의 불신이나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신원근 카카오페이(377300) 대표는 지난해 6200만원의 연봉을 받았고, 이지효·남이현 파두(440110) 대표는 무보수로 경영하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2002년부터 최저임금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으며, 파두 대표들은 2024년부터 무보수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7121만원인 가운데,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의 3년째 최저임금 수령과 남이현·이지효 파두 대표의 무보수 경영은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최저임금이나 무보수 경영을 선택한 이유는 ‘먹튀’ 논란이나 ‘뻥튀기 상장’ 논란 이후 “실적이 안정화될 때까지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두 남이현·이지효 각자대표
하지만 앞으로 이들 CEO가 계속해 최저임금이나 무보수 경영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성과 기반 보상체계가 CEO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기 성과급 비중이 높을 경우, CEO는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에 집중하게 되어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S&P 500 기업들의 CEO 보상 비중을 보면, 기본급은 10%, 단기 성과급 20%, 장기 성과급 70%로, 장기 성과급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페이나 파두가 사업적으로 주주와 직원들이 인정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실적이 성장한다면, CEO 보수의 정상화가 이뤄져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높은 연봉이 항상 좋은 일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돈보다는 자신의 직업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높은 연봉을 추구하는 과정은 개인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고연봉이 반드시 직업 만족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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