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불 56%가 봄철에 발생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원인
실화·소각·담뱃불 등 대부분 人災
이상기후에 대형 산불 반복 추세
경남 산청군과 울산 울주군, 경북 의성군 등 영남 지역에서 지난 21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 일주일째인 27일까지 맹렬히 한반도를 집어삼키고 있다. 정부 자원이 모두 동원됐지만, 중과부적인 상황이다. 사상자만 이미 60명에 육박한다. 경제적 피해는 아직 가늠조차 힘들다.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세가 거친 이번 산불은 단순히 날씨 탓일까. 사회시스템과 시민의식의 문제점은 없었을까. 언젠간 소멸되겠으나 불이 꺼진 뒤에도 경제적 상흔을 남기고 이재민의 삶을 태울 '산불'의 원인과 배경, 문제점, 대책 등을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봄철에 주로 반복되는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성묘객 등의 실화가 지목된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기름을 부으며 대형 산불 건수를 늘리고 피해면적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시스템은 옛 방식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되거나 정밀하지도 않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봄철 '괴물 산불'이 매년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사망자는 27명, 부상자 32명 등으로 집계됐다. 산림청이 산불 인명피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산불영향 구역도 3만6009㏊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여의도 면적(290㏊)의 124배, 서울 전체 면적(6만여㏊)의 절반가량을 태웠다.
산불 피해가 커지는 이유 중 하나는 봄철이라는 시기적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림청의 '2024년 산불통계 연보'를 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전국에서 산불은 총 5455건 발생했다. 피해면적은 4만32㏊에 이른다.
연평균 산불 발생건수는 546건이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303건(56.0%)이 봄철(3∼5월)에 발생했다. 월별로는 3월(138건, 25.0%)이 산불에 취약했다.
역대 두번째로 피해면적이 컸던 2000년 4월 강원 강릉·동해·삼척·고성 산불(2만3913㏊), 세번째였던 2022년 3월 경북 울진·강원 강릉·동해·삼척 산불(2만523㏊) 모두 봄철에 발생했다.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봄철은 건조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산불이 발생하면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안타까운 점은 상당수 산불이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는 점이다. 산청 산불은 예초기 불씨 때문에, 의성 산불은 성묘객의 실수로 시작된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된다.
산림청의 같은 자료에서 10년간(2015~2024년) 연평균 원인별 산불발생 현황을 보면 '입산자 실화'가 171건으로 전체의 31.0%를 차지했다. 이어 △'소각 산불' 128건(24.0%) △'담뱃불 실화' 35건(7.0%) 등 순이었다.
산불로 산림이 한번 소실되면 이를 복구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2000년 동해안 산불은 이번 산불이 일어나기 전까지 가장 큰 피해면적을 기록한 산불로 알려져 왔다. 경제적으로는 약 36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 피해액은 9086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산불이 역대 최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기후 현상은 대형 산불 반복 추세에 우려를 더한다. 2020년대는 2010년대보다 산불피해 면적(7.8배)과 대형 산불 발생 건수(3.7배)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제 기후과학자네트워크인 '클리마미터'는 최근 지난 75년간 기상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불 피해지역은 지난 수십년 대비 평균기온이 2도 더 높았고, 일일 기준 강수량이 최대 2㎜(30%) 더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상기후로 재난성 산불이 발생한 전례도 있다. 그리스는 산불로 5000㏊, 볼리비아는 1000만㏊ 이상 피해를 봤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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