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V 저궤도 위성통신 ‘스타링크’ 韓진출 코앞
2020년부터 스타링크 상용화 성공
현재는 125개 국가서 통신 서비스
한계 뚜렷했던 기존의 위성 통신망
전파 효율성 떨어지고 비용도 부담
2022년 2월 26일,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에게 트위터로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당신이 화성을 식민지화하려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략)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해주세요. 그리고 제정신인 러시아인들이 푸틴에 맞설 수 있게 해주세요.”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침공한 지 이틀째로, 대규모 사이버 공격과 미사일 폭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통신망은 거의 마비된 상태였다. 머스크는 요청을 수락했고, 다음날 트위터에 “스타링크 서비스가 이제 우크라이나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더 많은 터미널도 향하고 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를 통해 군 통신망을 빠르게 복구했고, 전쟁은 국제사회의 예상과 달리 장기전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는 2분기 국내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있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15년 개발을 시작해 2020년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현재 125개국에서 5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공식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서비스 가능 지역으로 이동해 단말기를 설치하면 즉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스타링크는 수천 기에 달하는 저궤도 위성을 통해 지구 전체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하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스타링크에 따르면 기업용 통신망의 속도는 500Mbps로 국내 통신사의 5G 속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지만, 향후 2Gbps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아직은 이용료가 월 10만원대로 비싸고 속도도 광통신보다 느리다. 그럼에도 스타링크가 주목받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전파의 기본 특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파는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고주파는 속도가 빠르지만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을 통과하기 어렵다. 반면 저주파는 속도는 느리지만 산이나 건물을 넘을 수 있어 장거리 통신에 유리하다. 이 때문에 통신망 설계 시 기업들은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통신 업계는 두 가지 방식을 주로 사용해왔다. 첫 번째는 유무선 통신망으로, 유선 기반의 중추신경망에 무선 기지국을 통해 말초신경망을 연결하는 구조다. 광케이블로 통신을 전국 방방곡곡에 이은 뒤 기지국과 휴대폰을 연결해 통신이 가능하도록 한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 이 방식을 구축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췄으며, 이를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인공위성을 활용한 통신망으로, 지상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국가나 국토 면적이 넓은 국가에서 유용하다. 미국과 호주처럼 국토 면적은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국가는 광케이블을 구축하기 어려워 위성통신망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위성통신망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다. 기존 위성 대부분은 정지궤도 위성으로, 적도 상공 약 3만5786㎞의 고도에서 지구 자전 속도와 동일하게 움직인다.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지만 고도 문제로 고주파 전파를 활용하기 어렵고, 매우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전송 지연이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고 저주파 전파를 사용하자니 속도에 한계가 있으며, 위성 발사와 유지 비용도 유무선 통신망에 비해 5~10배 더 든다.
스페이스X
이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질문으로 바꾼 인물이 머스크다. “정지궤도 위성이 너무 멀다면, 더 가까이 띄우면 되지 않을까?” 이 질문이 스타링크의 출발점이었다. 스타링크는 고도 300~600㎞의 저궤도에 위성을 배치하고 고주파 전파를 활용해 초고속 통신을 구현했다. 전파는 진공 상태에서 빛의 속도로 이동하며 거리 손실이 적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광케이블보다 빠른 통신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광케이블 내 전송 속도가 실제로는 빛의 약 3분의 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기존 위성통신 방식과도 다르다. 전통 위성망은 ‘위성→지상 기지국→사용자’ 순서로 통신이 이뤄졌지만, 스타링크는 ‘위성→사용자 단말기(Dish·디시)→와이파이 라우터→스마트 기기’로 이어지는 구조다. 다시 말해 별도의 지상 기지국 없이도 통신이 가능하다. 스타링크는 현재 위성·스마트폰 직접연결(Direct to Cell·DTC) 방식도 개발 중이지만, 현재로선 디시와 라우터 설치가 필요하다.
스타링크의 디시는 자동으로 하늘을 스캔해 가장 가까운 위성과 접속한다. 위성은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수 초 단위로 통신 대상 위성이 바뀌며, 통신은 중단 없이 이어진다. 위성이 수신한 신호는 해당 국가에 설치된 지상국을 통해 광케이블로 전달되지만, 향후에는 위성 간 레이저 통신(Inter-Satellite Link·ISL)을 통해 지상국 없이도 위성 간 직접 통신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이미 2021년 ISL 탑재 위성이 발사됐으며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지상 인프라가 없는 지역, 이를테면 전쟁터, 사막, 바다, 비행기 안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엄청난 수의 위성이 필요하다. 저궤도 위성이 담당할 수 있는 면적이 작기 때문에 더 많은 위성을 띄워야 한다. 실제로 스타링크는 현재 약 7000개 위성을 운영 중이며 2027년까지 1만2000기, 2030년까지는 4만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위성 1기의 제작 비용은 버전 1 기준으로 25만달러(약 3억6600만원)로 추정되며, 단순 계산만으로도 총 1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공위성의 수명은 대체로 5년 전후에 불과해 지속적인 재투자가 필수다. 머스크가 아니라면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손을 대는 순간 파산을 각오해야 하는 ‘돈 먹는 하마’다.
이 불가능해 보이던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해진 배경에는 스페이스X의 기술력과 사업 모델이 있다. 특히 재활용 가능한 로켓 ‘스타십’은 발사 비용을 대폭 낮췄다. 스타십은 한 번의 발사로 50~60기의 저궤도 위성을 한꺼번에 실을 수 있어 위성당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기술적 기반 위에 스타링크가 글로벌 통신망을 선점하게 된다면, 기존 통신사뿐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까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예컨대 테슬라가 스타링크 통신망을 독점 활용하게 된다면, 실시간 통신이 중요한 자율주행 기술에서 타사보다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스타링크와 같은 수준의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자본력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향후 6세대(6G) 통신망이 저궤도 위성 기반으로 전환될 경우 스타링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국가기간망이 외국 기업에 의해 통제될 위험이 있다.
이런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까지 1기의 저궤도 위성을, 2030년까지는 총 4기를 발사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스타링크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는 통신 자주권과 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대응이다. 특히 군사, 치안, 외교 등 국가 주요 영역의 통신 인프라가 외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비슷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원웹은 현재 위성 648기를 운용하며 40여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중국은 ‘궈왕(國網)’ 프로젝트를 가동해 2035년까지 위성 1만3000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290기 이상의 다중 궤도 위성을 포함한 ‘아이리스2(IRIS2)’ 프로젝트에 약 15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도 2019년 ‘프로젝트 카이퍼’를 발표하며 위성 3236기를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단순한 통신 기술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주권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지상과 우주를 아우르는 새로운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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