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상법개정 '운명의 시간'①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도 입장 엇갈려…최종 판단은 한덕수 권한대행 몫
[편집자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 21일 정부로 개정안을 이송했다.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정부는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고민 중이다. 남은 운명의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쟁점을 살펴본다.
그래픽=윤선정
상법 개정안의 운명이 열흘 내에 결정된다. 정부는 여당과 재계가 요구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고심 중이다. 신중론이 대세지만 내부 입장차도 확인된다. 소관부처인 법무부는 말을 아낀다. 상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된 이후로는 변수에 변수가 쌓이는 모습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르면 27일 경제6단체장을 만나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6단체장들은 한 권한대행에게 상법 개정안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할 전망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법은 경제 쪽에서 보면 헌법과 비슷한 것인데 '이걸 바꿔서 새 국면으로 들어가자'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적합한 타이밍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상법 개정은) 언노운(unknown·불확실성)이 또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고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주주 권익 제고에 방점이 찍혔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의 병행 개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21일 정부로 넘어왔다.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은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4월 5일이 '데드라인'이다.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는 통상 국무회의에서 결정한다. 4월 1일 정례 국무회의가 분수령이다. 물론 그 이후에 임시 국무회의를 여는 방법도 있다.
법무부는 한 권한대행에게 별도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 입장을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한 권한대행 보고 절차를 진행할 것이고 (재의요구권 요청 여부가)결정되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이지혜
상법 개정안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곳은 재계다.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될 경우 주주들이 언제든지 "권익을 침해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주주의 총이익'이라는 명확하지 않은 표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정부는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상법 개정안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둘러싼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이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유관 부처의 수장들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는 없었다.
F4 회의에는 '직을 걸고'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행사를 막겠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참여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부의 의지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의요구권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으로 선의를 달성할 수 있느냐, 부작용은 없느냐 봤을 때 우려 사항이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한 대안으로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하거나, 대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현재도 그 입장은 같다"고 밝혔다.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의 최종 결정권자는 한 권한대행이다.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만 해도 재의요구권 행사 주체가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었지만, 한 권한대행의 복귀로 상황은 달라졌다. 복귀 이후 재난, 치안, 통상 등의 현안에 집중하고 있는 한 권한대행은 조만간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사결정도 내릴 전망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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