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15세 이하 걸그룹 오디션 우려 목소리
콘셉트 등 “참가자·보호자 논의해 결정”
“연령 낮추는 걸 대중이 원할지 의문”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제작사인 크레아 스튜디오 서혜진, 황인영 대표와 용석인 PD(왼쪽부터)가 2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코리아에서 긴급 보고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 상품화’ 콘셉트는 오해”라며 “재능 있는 알파 세대에게 재능을 보여줄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뉴시스
만 15세 이하로 구성된 ‘5세대 글로벌 걸그룹’ 제작을 목표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이 방영도 전에 아동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어린아이들이 어른처럼 화장하고 옷을 입은 채 춤을 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담겨서다. 특히 아이들을 상품처럼 보이도록 이미지에 바코드를 삽입해둔 것이 상품화 논란을 부추겼다. 참가자들은 2009~2016년생으로 구성됐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크레아 스튜디오 측은 ‘언더피프틴’을 소개하며 “아이돌을 시작하기엔 아직 어리다는 어른들의 걱정이나 편견을 완전히 깨줄 만큼 꿈에 대한 의지와 소신이 확고한 요즘 세대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공개된 콘텐츠들은 이와 거리가 멀어 보였던 탓에 비판이 더욱 거셌다. 일각에서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크레아 스튜디오는 2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코리아에서 긴급 보고회를 진행했다. 황인영 대표는 “현재의 K팝 구조에서는 만 15세 이하의 아이들은 꿈과 재능이 있어도 제도의 벽 때문에 꿈을 키워나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재능 있는 알파 세대에게 오디션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들의 재능을 보여줄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오디션은 악마의 편집, 걸그룹은 성 상품화’라는 도식을 깨는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성 상품화 지적에 대해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상반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던 것이 ‘어른을 흉내 낸 섹시 콘셉트’로 오해를 받은 것이란 설명이다. 황 대표는 “10년 전에는 섹시 콘셉트가 있었지만, 지금의 트렌드는 그렇지 않다. 알파 세대가 멋지고 닮고 싶다고 생각하는 무대 역시 그런 모습이 아니다”라면서도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미비한 게 없는지 다시 숙고할 기회와 시간이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이 된 바코드 역시 요즘 청소년들의 학생증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진이 직접 나서 프로그램의 취지를 재차 설명했지만, 프로그램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 말끔하게 벗겨지긴 어려워 보인다.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10대 초반의 참가자가 카메라 앞에서 시청자들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경연에서 선보일 춤과 노래는 기성 가수들의 것이어서 어른을 흉내 낸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긴 어려워 보인다.
크레아 스튜디오 측은 법에서 15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정한 연습 및 녹화 시간(일주일에 35시간)을 준수했고, 참가자들의 학습권 역시 보장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콘셉트에 대해서는 “참가자 보호자와 상호 적극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의상 및 스타일링을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상품화 의도가 없었다 해도, 재능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K팝 아이돌의 콘셉트를 재현할 수밖에 없을 거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주는 불편함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성장하지 않은 아이의 모습을 화면에서 그대로 전 국민에게 보여주고 평가받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아이돌의 연령대를 계속 낮추는 걸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지, 과거와 달라진 대중의 감수성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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